윤곽 드러난 韓축구 감독 조건…`나이·영어·무직`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감독의 윤곽이 드러났다. 나이가 많지 않고 영어가 가능하며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감독이다.
이용수 신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31일 오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첫 회의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을 갖고 "여러 가지 요건을 구체화해 후보를 추린 결과 3명의 감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참패로 새로 구성된 기술위 첫 회의에는 이 위원장 외에 김학범, 조영증, 최영준, 최인철, 신재흠, 정태석 등 6명의 위원이 자리했다. 현재 필리핀 출장 중인 김남표 위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위원들은 8가지 요건을 정한 뒤 47명의 국내·외 감독 후보들을 하나하나 대입해 순위를 매겼다.
이중 순위표 상단에 올라간 3명의 외국인 감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졌다.
이 위원장은 우선협상대상자 후보군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8가지 요건'은 명확하게 제시했다.
우선 이 위원장은 새 감독이 마주해야 할 주요 과제로 2015 호주 아시안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본선을 꼽았다.
따라서 대륙별 선수권대회와 월드컵 예·본선에서 대표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는지 여부가 8가지 요건의 가장 위 3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이 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경험과 리더십'을 새 감독의 요건으로 내건 것과 맞닿아있다.
나머지 5가지 요건 중에는 '영어 구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조건이 포함됐다.
앞서 이 위원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기술위원장을 맡아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축구대표팀의 운영을 세세히 논의하며 지원한 바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 위원장이 히딩크 감독과 공조하며 한국 축구의 전반을 논해 '4강 신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외국인 감독은 한국 문화와 축구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국내 감독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무리 명장이라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히딩크 체제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핌 베르베크 등 대다수 외국인 감독이 축구협회와 크고 작은 불협화음을 내다 좌초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자신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영어 구사력'을 8가지 요건 중 하나로 내건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위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새 감독의 요건으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지금 66세 이상인 감독이라면 러시아 월드컵 때 70대가 되는데 그러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협상자 명단이 '노장'보다는 40∼50대 '중견 감독' 혹은 많아야 60대 초반 연령의 감독으로 꾸려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술위는 또 '가급적 지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감독으로 우선협상자를 추렸다고 전했다. 현재 '무직'으로 빠르게 계약할 수 있는 감독을 최종 후보로 골랐다는 얘기다.
기술위가 제시한 신임 사령탑이 갖춰야 할 8가지 요건은 ▲ 아시안컵, 유럽선수권대회(유로), 남미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등 대륙별 선수권대회에서 지휘 경험 ▲ 월드컵 예선을 치러본 경험▲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과 ▲ K리그와 연계를 고려해 클럽팀에서 지도자 경험 ▲ 교육자로서의 자질. 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에는 국내 지도자와 유소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해야 함 ▲ 너무 많지 않은 나이 ▲ 가급적 영어를 편안하게 구사해 선수를 지휘할 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 ▲ 가능하면 지금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등이다.
[매경닷컴 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