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워낙 좋은 투수이니까 쓸데없는 기대라도….”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2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전국적인 영향권에 들어선 태풍 ‘나크리’에 기댔다. 넥센 선발투수 밴헤켄이 태풍의 여파를 받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양 감독은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 잠실구장을 바라보며 “외야에서 홈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때 더 강하게 불면 좋겠다. 그래야 밴헤켄의 포크볼이 좀 무뎌질 수 있다”며 “1~2mm만 떨어지는 폭이 줄어도 차이는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리오단은 구속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반 농담을 섞어 밴헤켄이 부진하길 원했다.
↑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밴헤켄이 완벽한 투구로 20승 페이스를 이어갔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그러나 양 감독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밴헤켄은 태풍의 영향권에 없었다. 완벽한 제구와 절묘한 포크볼을 앞세워 물이 오른 LG 타선을 잠재웠다. 밴헤켄은 8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는 108개. 완봉승도 바라볼 수 있는 거침없는 투구였으나 9회 손승락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환호 속에 마운드를 떠났다.
넥센은 1회초 이택근의 선취 적시타와 강정호의 시즌 30호 투런포를 앞세워 3점을 뽑아내 밴헤켄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6회 박병호의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보태 달아난 뒤 8, 9회 쐐기 4점을 더해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밴헤켄은 올 시즌 가장 먼저 15승에 안착했다. 평균자책점도 2.80으로 낮추며 NC 다이노스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을 2위(2.84)로 밀어내고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20승 페이스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선발 20승을 달성한 투수는 역대 통산 6명. 2007년 두산의 리오스가 22승(5패)을 올린 것이
전날(1일) 투수전에서 패해 아쉬움을 남겼던 염경엽 넥센 감독도 밴헤켄의 악조건도 뚫어낸 완벽투에 웃음을 되찾았다. 밴헤켄도 7년만의 20승 투수 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괴력투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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