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안타깝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국가대표 마무리투수 임창용(38‧삼성 라이온즈)이 심각한 위기론에 직면했다.
임창용은 지난 6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8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올 시즌 최다 블론세이브 불명예다. 2위권(4개)과는 무려 두 배나 많다. 삼성의 마무리로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떠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임창용이 올 시즌 기록한 블론세이브 8개는 오승환이 지난 5년간 삼성에서 기록한 블론세이브와 같다. 오승환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3-1-1-2’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최강 불펜의 끝판대장으로 삼성을 지켰다.
임창용의 불명예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창용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블론세이브를 공식 집계한 이후 벌써 역대 2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지난 2007년 우규민(LG)이 13개로 최다 기록 불명예를 안았고, 그 뒤를 한기주(2009년‧KIA)와 김성배(2013년‧롯데)가 8개로 따랐다.
임창용은 전반기에만 6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전반기 막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휴식도 취했다. 후반기 돌아온 임창용은 4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했으나 다시 2개의 블론세이브를 추가했다. 아직 올 시즌 38경기나 남겨두고 있어 두 자릿수 블론세이브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노장인 임창용은 후반기 체력적으로도 불리하다. 최악의 경우 역대 최다 불명예 기록도 간과할 수 없는 상태다.
임창용은 삼성의 마무리를 넘어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마무리다. 봉중근(LG 트윈스)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나선다. 아시안게임은 페넌트레이스가 아닌 단기전 승부다. 오늘 지면 내일은 없다. 그래서 압도적인 신뢰가 필요한 보직이 마무리다. 마무리가 무너지면 끝이다. 그만큼 부담과 책임이 크다.
임창용은 블론세이브 뿐 아니라 평균자책점도 5.08로 치솟았고, 피안타율도 2할7푼5리로 높다. 국가대표 마무리로는 초라한 성적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종료까지 임창용의 보직 변경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삼성의 마무리는
그러나 대표팀은 성격이 다르다. 현재 임창용의 페이스는 불안하다. 체력이 더 떨어질 9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봉중근도 확신을 주지 못한 가운데 임창용의 이름값과 경험으로만 밀어붙이기엔 모험이 따른다.
믿었던 임창용이 후반기에도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삼성도 대표팀도 예상치 못한 마무리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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