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MVP는 매일 나오는 선수가 받아야 한다.’ 메이저리그 전반에 깔려 있는 MVP에 대한 인식이다. 그래서인지 MVP는 주로 야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이 생긴 것도 이런 인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투수 MVP는 흔치 않다. 그나마 아메리칸리그는 저스틴 벌랜더(2011년), 데니스 에커슬리(1992), 로저 클레멘스(1986), 윌리 에르난데스(1984) 등 투수들에게도 MVP의 문호가 개방됐지만, 내셔널리그는 최근들에 투수들에게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1968년 밥 깁슨이 받은 이후 단 한 명의 투수 MVP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MVP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들이 연쇄 부상에 빠지면서 투수 MVP 수상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시선은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에게 맞춰져 있다.
↑ 클레이튼 커쇼는 이미 두 차례 사이영과 한 차례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그의 다음 경지는 MVP일수도 있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구위도 압도적이다. 피안타율 0.200,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85로 모두 리그 상위권이다. 노히트노런, 2경기 연속 완투 등 임팩트 있는 기록들도 연달아 세우고 있다.
대체선수 승리 기여도(WAR)를 기준으로 봐도 커쇼는 5.6으로 툴로위츠키(5.6), 스탠튼(5.4) 맥커친(5.2) 등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커쇼는 4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유력하다. 지난해 승수(16승)도 곧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딱 한 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면, 커쇼는 많아야 1년에 33경기밖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유력 후보들도 부상에 발목 잡히며 제대로 된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초반 가장 유력한 MVP 후보는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였다. 툴로위츠키는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임에도 리그 타율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7월 이후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면서 MVP 레이스에서 한 발 뒤쳐졌다.
이밖에 다른 유력 후보들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수상자인 앤드류 맥커친도 지난 주말 입은 갈비뼈 골절로 당분간 출전이 불가능하다. 최고의 포수로 꼽히던 야디에르 몰리나도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9월에나 돌아 올 예정이다. 애리조나의 폴 골드슈미트는 사구에 왼손이 골절돼 남은 시즌을 못 뛰게 됐다.
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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