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아스널 FC가 10일(이하 한국시간) ‘2014 잉글랜드축구협회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3-0으로 완파했다. 통산 5번째이자 2004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다.
잉글랜드 슈퍼컵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실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FA컵 우승팀 간의 단판 대결이다. 아스널은 2013-14 FA컵, 맨시티는 EPL 챔피언 자격으로 이번 경기에 참가했다.
↑ 아스널 벵거(오른쪽) 감독이 슈퍼컵 시작 전 맨시티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사진(영국 런던)=AFPBBNews=News1 |
직전 4-1-4-1 경기에서 무득점 패배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65·프랑스) 감독은 맨시티전에서 열세를 감수했다. 슛 8-11, 점유율 42%-58%, 패스성공률 79%-85%, 제공권 우위 46%-54%, 코너킥 3-7 등 통계적으로도 맨시티에 밀렸다.
유효슈팅 4-1, 오프사이드 3-0, 태클 27-19, 상대 슛 차단 5-3…. 아스널이 우위를 점한 통계다. 맨시티보다 더 효과적으로 공격했고 오프사이드에는 걸렸으나 상대 뒷공간을 노렸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승리를 더 원했기에 상대의 목을 겨눴고 지기 싫어했기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거의 4년 만에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벵거 감독부터가 그러했다. “우승컵을 모으기보다는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5분 동안 펼치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로 유명한 벵거가 ‘아름다움’보다는 ‘우승컵’을 노린 것이다. 감독의 마음가짐이 선수단에 전해진 결과가 바로 3-0 완승이다.
벵거는 아스널 통산 1011전 579승 238무 194패 승률 57.27%, EPL 우승 3회·FA컵 우승 5회·잉글랜드 슈퍼컵 우승 5회를 기록 중이다. 우승컵보다는 아름다운 축구를 원한다는 지도자가 냉혹한 승부 세계에서 거둔 업적으로는 실로 경이로울 정도다.
게다가 1998-99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개근하고 있다. EPL 4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얘기다. 오는 20일(원정)과 28일(홈) 오전 3시 45분 시작하는 터키 1부리그 베식타시 JK와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무려 16년 연속 본선 진출이다.
아스널은 2003년 7월~2006년 7월 22일 현재 홈구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건설하며 4억7000만 파운드(8183억6870만 원)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물론 6만33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 구장은 꾸준한 관중수익을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자금을 대출하고 이를 갚는 과정에서 선수단 보강을 위한 경제적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전력 강화가 제한됐음에도 벵거는 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다.
유럽프로축구에는 완공 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적은 곤두박질하거나 다 짓기도 전에 건설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성적 하락과 미완공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 사례가 여럿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상위권을 유지한 벵거의 역량은 선수단 운영과 구단 경영 측면에서도 비범함 그 자체다.
아스널이 경기장 신축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2013-14시즌부터다. 이적료 5000만 유로(693억9650만 원)에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26·독일)을 영입하면서 이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직전 시즌 레알 주전이자 독일대표팀 핵심자원을 데려올 수 있는 경제력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7월 10일에는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26·칠레)가 입단했다. FC 바르셀로나에 지급한 이적료는 3780만 유로(약 524억6375만 원)다. 이제는 레알과 바르셀로나라는 스페인 라리가의 양강, 나아가 세계 최정상급 팀의 주전급 선수도 데려올 수 있다는 얘기다.
2013-14 EPL에서 아스널의 최종성적은 4위였다. 그러나 라운드 종료 시점 1위는 18회로 가장 많았다. 해당 시즌 우승팀 맨시티는 절반인 9회에 불과했다.
상업화의 최정점인 EPL에서 정상 등극은 구단의 재력이 없이는 어렵다. 벵거는 이제 아스널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지난 시즌 EPL 챔피언 맨시티를 상대로 ‘아름다운 축구’를 포기하고 슈퍼컵 우승을 쟁취한 것에서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언제나처럼 아스널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지만.
↑ 슈퍼컵 우승 후 ‘커뮤니티 실드’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는 아스널 선수단. 사진(영국 런던)=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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