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올해 FA컵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남대다. 대학팀으로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또한, 역대 FA컵 대학 최고 성적이다.
실력도 갖췄다. 조직적인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기술 축구를 펼치는 영남대는 지난해 U리그 우승팀이다. 16강에서 실업팀인 내셔널리그의 코레일을 상대해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영남대는 8강에서 처음으로 프로팀을 만났다. 성남이 최근 1승 1무 4패로 주춤하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이었다. 프로 경험도 풍부하다. 과거 FA컵에서 대학이 프로를 이긴 적도 있었지만, 냉정히 말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영남대의 돌풍은 FA컵 8강에서 멈췄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끈끈한 축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상윤 감독대행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그 강한 자신감 안에 프로의 자존심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13일 영남대와 FA컵 8강을 앞두고 “이변은 절대 없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공격수들에게 최소 1골씩은 넣으라고 했다. 선수들도 대학팀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살 길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프로의 자존심이다. ‘오늘 못 하면 다음은 없다’라고 독하게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영남대는 한 수 접었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병수 감독은 “상대는 프로다. 우리보다 강한 게 당연하다. 다들 기적을 꿈꾸고 우리가 신데렐라가 되길 희망하는데 어렵지 않겠나. 복권을 살 때마다 맞을 것 같지만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오늘 우리가 이길 확률은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다. 3실점만 해도 만족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승부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선수들은 거짓말은 한다. 항상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없다”라던 김병수 감독은 “이기니까 좋다. 이렇게 많은 관심도 가져주니까. 특정 누가 잘 해주기보다 팀 전체가 힘을 내주길 바란다. 오늘 우리의 스타일도 버렸다. 전반만 잘 버텨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니 예상대로 흘러갔다. ‘공격 앞으로’를 외친 성남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영남대는 이를 막는데 집중했다. 전반 8분 영남대의 역습이 한 차례 있었지만 ‘하프게임’이었다.
영남대는 성남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전반 6분 정선호의 중거리 슈팅은 살짝 벗어났고 5분 뒤 황의조의 헤딩 슈팅은 골키퍼 김형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20분까지 성남의 뜻대로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전력 차는 뚜렷했다. 경험 부족이 컸다. 영남대는 성남의 강한 압박에 패스 미스 등 작은 실수가 나왔다. 그리고 성남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반 22분 이창훈이 첫 골을 터뜨렸다.
영남대도 U리그 우승팀이자 마지막 남은 대학의 자존심을 지켰다. 성남은 이후 영남대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몇 차례 찬스가 찾아왔으나 살리지 못했다. 성남의 마무리가 좋지 않기도 했지만 영남대도 기죽지 않고 막아냈다. 후반 들어서는 좀 더 공격 비중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성남이 자신만만할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경험은 분명 부족했다. 후반 29분 수비수 김종혁이 위험지역에서 볼 컨트롤 미스를 범했다가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페널티킥은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다. 하지만 후반 36분 장순규가 세트피스에서 만회골을 터뜨렸다. 프로를 상대로 넣은 골이었다. 그 한방으로 성남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 김병수 감독(사진)이 이끄는 영남대의 돌풍은 FA컵 8강에서 멈췄다.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끈끈한 축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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