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아르헨티나에는 ‘살아있는 신’이 3명 있다고 한다. 현역최고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 과거 최고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54), 그리고 아메리카대륙 최초의 교황인 프란치스코(78·속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가 주인공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 전후에도 이들 3명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흔드는 응원이 목격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과의 준결승 1-7 대패에 이어 네덜란드와의 3위 결정전에서도 0-3으로 완패하며 최면을 구긴 것과 대조됐다. 메시는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했다.
↑ ‘교황의 팀’ 산로렌소가 창단 후 첫 남미프로축구 챔피언이 됐다. 사진(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AFPBBNews=News1 |
월드컵 준우승으로 기세가 오른 아르헨티나 축구에 경사가 겹쳤다. 바로 산로렌소가 14일(이하 한국시간) 파라과이 1부리그의 나시오날을 1, 2차전 합계 2-1로 꺾고 ‘2014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한 것이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는 남미클럽대항전 최고대회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비교된다.
산로렌소의 우승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2009년 에스투디안테스 이후 5년 만에 아르헨티나 클럽의 정상 탈환이다. 최근 4년 연속 우승이었던 브라질은 크루제이루 EC가 준준결승에서 산로렌소에 1, 2차전 합계 1-2로 덜미를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모두 탈락했다.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브라질월드컵 결승은 역사상 최초의 ‘교황 더비’로 화제였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의 아르헨티나와 전임 베네딕토 16세(87·속명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의 독일이 우승을 다툰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첫인상이 너무도 강렬하여 재임 기간 서양권에서는 ‘번개’를 마음대로 부리는 무시무시한(?) 합성사진이 수시로 돌았다. 보다 못한 성좌(바티칸 시국)가 전담분장팀을 출범하고 수면시간 및 식단을 관리했다. 외부배포용 사진은 사전에 편집했을 정도다.
이런 전임자에게는 프란치스코도 답이 없었던지 아르헨티나는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24년 만의 2위도 충분히 가치 있다. 아르헨티나의 1990 이탈리아월드컵 준우승과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가 바로 앞서 언급한 ‘살아있는 신 3인방’ 중 하나인 마라도나다.
아르헨티나는 스위스와의 16강에서도 교황이 화제였다. 성좌의 유일한 군사조직인 스위스 근위대는 1506년 1월 22일 창단부터 '스위스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교황이 한 근위대 병사에게 “이건 전쟁이 될 거야”라는 농담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근위대는 대형스크린을 막사에 설치한 후 교황을 초대했으나 일정상 동반시청은 무산됐다.
교황은 교회법에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규정되어 있다. 세속적으로도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추기경 시절부터 바티칸 시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이중국적자가 된다.
이런 존재에 대해 ‘조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부임 이후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준우승과 남미프로축구 정상탈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이는 산로렌소의 사상 첫 남미 챔피언 등극을 전하는 주요 외신도 마찬가지다. 세계 4대 뉴스통신사 중 하나인 AP는 최초 기사에서는 ‘교황이 총애하는 팀’이라고 수식하다가 후속
이토록 영험한 교황이 산로렌소가 우승한 14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땅에는 어떤 축복을 주고 가실까?
[dogma0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