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이상철 기자] “이제는 포항을 이길 때가 됐다. 그 동안 전북은 만들어가던 팀이었는데 이제 궤도에 올라섰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고 팀도 좋아졌다. 최근 오름세도 타고 있어 선수들도 자신감이 넘친다.”
16일 포항과 ‘명품 매치’를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은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번번이 포항에게 덜미를 잡히며 놓친 우승트로피가 적지 않았던 전북이다. 그 징크스를 깰 때가 왔고, 오늘이 그 적기라는 것이다.
전북은 2012년 이후 포항과 공식 경기에서 2승 1무 10패(승부차기 패 포함)로 크게 밀렸다. 지난해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고, 올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포함 3번 싸웠는데 모두 패했다.
전북이 12승 5무 3패(승점 41점)로 K리그 클래식 선두에 올라있지만 불안한 위치였다. 2위 포항(승점 40점)과는 불과 승점 1점차였다. 이날 경기에서 이기면 포항전 징크스 탈출과 함께 간극을 4점차로 벌리며 선두를 공고히 지킬 수 있었다.
↑ 전북은 16일 포항을 꺾고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깼다. 지난해 7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거둔 의미있는 승리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최강희 감독의 필승 의지는 베스트11에 잘 드러났다. FA컵 8강에서 2골을 넣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카이오 대신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이동국을 선발 투입했다. 중원에도 김남일과 신형민으로 첫 조합을 짰다.
공격 지향적으로 모험적인 조합인데 승부수를 띄운 전북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우리도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며 승부욕을 나타내면서도 “의외의 조합이다. 그만큼 전북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라며 경계했다.
의지만큼 3개월 전 포항 스틸야드를 찾았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전북이다. 지난 5월 13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전북은 1차전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 일변도로 나서려다가 전반 6분 만에 김승대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패했다. 최보경이 전반 36분 이명주를 머리로 박아 레드카드를 받으며 자멸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투지 넘친 전북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포항을 밀어붙였다. 이동국, 김남일, 신형민의 중거리 슈팅으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포항과의 중원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으며, 상대의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의욕이 강했지만 넘치지 않았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였다.
전반 45분 동안 슈팅이 9-2였다. 전북의 파상공세였다. 그리고 전북은 그 결실을 맺었다. 전반 35분 이동국의 재치있는 침투 패스에 이은 이승기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포항의 패스를 가로챈 뒤 신형민-이동국-이승기로 이어진 재빠르면서 상대의 허를 찌른 완벽한 골이었다.
1골차의 불안한 리드였지만 전북의 수비는 견고했다.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화력이 강한 포항을 꽁꽁 묶었다. 포항은 전북의 수비벽에 막혀 좀처럼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조금만 있어도 금방 둘러쌌다.
작은 실수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흔들릴 법도 한데 정신무장이 잘 된 전북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3개월 전 최보경의 어이없는 퇴장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 않았다.
실수는 전북이 아닌 포항이 했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포항은 후반 46분 위험 지역에서 패스 미스를 범했다. 이 실수는 이동국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7일 경기(전북 2-0 승) 이후 405일 만에 거둔 포항전 승리였다. 최강희 감독은 당시 경기에 대해 “얼떨결에 거둔 승리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완벽한 경기력 속에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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