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이상철 기자] 180분 경기였다. ‘두 판’을 겨루지만 실상 전반이 90분, 후반 90분인 ‘한 판’이었다. K리그를 대표해 준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쥐고 싶은 마음이야, 포항이나 서울이나 매한가지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한다면, 준결승으로 가는 길은 한결 수월할 수 있다. 포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홈 이점을 살려 1차전에서 ‘리드’를 잡는 게 중요했다. 반면, 서울은 느긋할 법도 했다. 2차전은 서울은 홈에서 열린다. 패하지 않고 돌아가도 손해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 역시 의욕이 넘쳤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다. 홈 1차전은 준결승으로 가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쉽지 않은 포항을 상대로 180분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우린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연 많고 여러 인연과 악연으로 얽힌 두 팀이었다. 지난달 16일 FA컵 16강 이후 1달 만의 재대결이었다. 후반 종료 직전 및 연장 종료 직전 동점골이 터지며 승부차기까지 갔던 당시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흥미진진했다.
초반부터 몰아붙인 건 포항이었다. 적극적이었다. 거센 압박과 함께 기회가 닿을 때마다 슈팅을 시도했다. 4일 전 전북전에서 슈팅 3개에 그쳤던 답답함은 없었다. 공격도 날카로웠다. 김승대와 김재성은 위협적인 몸놀림 속에 예리한 슈팅을 때렸다.
↑ 포항과 서울은 20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
서울은 포항의 공세를 막는데 힘썼다. 그렇다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건 아니었다. 에스쿠데로, 몰리나, 에벨톤 등 외국인 공격 3총사를 앞세운 빠른 역습으로 포항의 ‘균형’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날카로움은 포항 못지않았다. 전반 23분 에벨톤의 중거리 슈팅과 전반 28분 김진규 헤딩 슈팅은 골로 이어질 뻔했다. 골키퍼 신화용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흥미진진함은 후반 들어서도 지속됐다. 포항과 서울은 0-0 스코어에 만족하지 않았다. 0의 균형을 깨고자 했다. 서로의 골문을 꽤 두들겼다. 콱 막히지 않았다. 후반 18분과 후반 1
그러나 포항이나 서울이나 ‘리드’를 잡을 ‘결정타’가 없었다. 여러 차례 기회를 잡고도 골 결정력 부족으로 땅을 쳐야 했다. FA컵 16강처럼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손에 땀을 쥐었지만 ‘극장골’은 끝내 포항 스틸야드에서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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