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전문기자] “저는 노력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넥센 강정호(27)는 일단 겸손하다.
“그런데 남들은 제가 타고났다고 말들 해주더라고요.”
타인의 평가에는 귀를 기울인다.
여기저기서 엄지를 치켜 올리는 배트스피드는 피나는 노력의 산물은 아닌 듯. ‘달밤 스윙’ ‘1000개 스윙’ 등의 뭉클한 소싯적 얘기는 변변히 없다.
“음... 그러니까 타고난 부분이 있네요. 체력에 자신 있는 것도 그렇고... 부모님에게 감사합니다.”
결론은 천재형 강제 인증. 그만한 배트스피드와 탄력 넘치는 파워 송구, 리그 톱인 공 빼는 스피드까지 사실 천부적 센스가 없으면 갖기 힘든 강점들이다.
↑ 강정호는 지난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력해 몸을 키웠다. 장타력 향상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이번 시즌의 타격 성적은 목표 초과 달성이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최다 홈런을 이미 돌파한데다 7할4푼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장타율은 역대 최고 숫자를 예약하고 있다.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최다안타 등 타격 거의 전 부문에서 TOP5. 생애 첫 멀티 타이틀의 기운이 강력한 가운데 유력한 시즌 MVP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근두근 긴장감? 그런 건 없다.
“제 시즌 전 목표는 이미 거의 달성했죠.”
프로 9번째 시즌, 그저 ‘커리어 하이’를 찍고 싶었다. 8월이 지나기 전에 벌써 개인 최고 숫자는 얼추 다 넘어섰다.
박병호와의 불꽃 튀는 홈런 경쟁은 지켜보는 이들만 흥분 중.
“저는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는 아니에요. 거포 유격수로 으뜸이 되겠다고 장타력을 키우고 싶었을 뿐이지, 홈런왕은 목표한 적이 없어서...”
적어도 홈런 타이틀에는 진짜 욕심이 없다. 타점이라면 또 몰라도.
올해 강정호가 가장 좋아진 점으로 넥센 허문회 타격코치는 ‘노려 치기’ 능력을 꼽는다. “투수와 승부를 할 줄 아는 두뇌 플레이어”라고 대견해한다.
“투수 입장에서 승부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전략적으로 싸울 준비를 하고 타석에 서죠.”
무결점 레이스에 가까운 올해의 강정호는 그 흔한 기복도 드물다. 스스로 ‘늘었다’고 가장 자신하는 부분이 바로 페이스 조절 능력이다.
“선행 사인을 빨리 알아채고 있어요. 감이 떨어지기 전에 몸이 주는 예고가 있잖아요. 슬럼프가 오겠다 싶은…… 잠을 팍 늘리거나, 좋은 걸 더 먹거나 미리 치료를 합니다.”
자신의 페이스 리듬을 눈치채고 선행적으로 대처하게 된 것은 프로 9년차의 노련함. 상대도, 나도 더 잘 이해하게 됐으니 올해의 성장은 과연 이유가 있다.
↑ 낯을 가리는 편이라 그리 외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강정호는 친한 동료들과는 농담을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다. 잠실구장에서 동향선배 두산 이원석을 만났을 때.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야구 없는 날’의 사복 패션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언제 어디서도 준비된 모습으로 팬들을 맞아야 한다”고 믿는 ‘개념탑재’ 스타다. 다만 ‘사복 강정호’를 알아보는 팬들이 드물 뿐. 주로 모자와 헬멧 ‘착장샷’으로 선보이는 야구 선수들의 비애? “맨 얼굴이 더 자신 있는 데” 잘들 못 알아보신다.
“제가 덜 큰 거죠. 야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깨알 같은 투구 분석 자료와 연구에 부지런한 선수지만 차마 공부가 적성에 맞는다고는 못한다. 우선 책을 잘 못 읽는다.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어느새 집중력이 스르르...
“책은 주로 반복이 많더라고요. 비슷한 얘기들을
‘도돌이표’를 싫어하는 화끈한 스물 일곱.
어제와 다른 오늘, 싹 바뀐 내일. 강정호는 늘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도.
“내년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긴 가장 궁금하다. 내년 이 맘쯤 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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