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신문로) 이상철 기자]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한국 최강의 축구팀을 가리는 FA컵, 우승팀에게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라는 달콤한 부상이 주어진다.
그 우승으로 가는 길은 간단하다. 이제 딱 두 번만 이기면 된다. 준결승까지 오른 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누구하나 적지 않다.
필승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다소 딱딱할 법도 했는데 25일 열린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빵빵 터지기까지 했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극한 4개 팀 감독들의 ‘도발’이었다. 간지럼보다 더 웃겼다.
먼저 도발한 건 상주의 박항서 감독이었다. 준결승에서 ‘묘한 관계’의 서울과 만났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두 번 겨뤘는데 1승씩을 나눠가졌다. 공교롭게 상주는 2경기 연속 퇴장자가 나왔다.
↑ 25일 열린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에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건 박항서 상주 감독(사진)의 도발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서울은 지난 23일 3만597명의 관중이 찾은 가운데 전북과 명승부를 펼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이에 “권위있는 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도 서울과 결승에서 맞붙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하자, 박항서 감독이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박항서 감독은 “최용수 감독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결승 진출 여부는 우리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런데 그럴 확률을 낮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체력 낭비 하지 말고 AFC 챔피언스리그나 신경 쓰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돌직구를 나렸다.
그런 박항서 감독을 잡는 건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전북은 서울, 상주를 피해 성남과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최강희 감독은 상주와 만나고 싶었다는 속내를 털어냈는데 그 이유가 ‘특별’했다.
최강희 감독은 “준결승에 오른 다른 3개 팀 감독 가운데 선배는 박항서 감독뿐이다. 상주는 꼭 피하고 싶었는데, 항상 맞붙을 때마다 박항서 감독이 떼를 많이 쓴다. 준결승에서 피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과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도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서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최용수 감독이 먼저 이상윤 감독대행을 자극했다. 최용수 감독은 “대진 추첨에 앞서 선수들에게 어느 팀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물으니 성남을 지목하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결승 상대로는 ‘만만한’ 성남이 아닌 ‘껄끄러운’ 서울을 지목했다.
이에 이상윤 감독대행도 맞받아쳤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우린 FA컵 결승에 올라 우승을 꿈꾸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결승 희망 상대로 전북을 택했는데, 우린 상주가 결승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최강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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