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 FC의 이상윤 감독대행이 해임됐다. 박종환 전 성남 감독, 이차만 전 경남 FC 감독에 이어 세 번째 경질 감독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뀌는 건 종종 있다. 축구는 다른 종목보다 더욱 심한 편이다. 멀리 해외까지 안 가고 가까이 K리그만 봐도 강등제가 도입된 2년 전부터 여러 감독들이 옷을 벗었다. 성적 부진이든 각종 구설수든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이상윤 감독대행의 해임 과정은 매끄럽지가 않았다.
성남이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한 공식 사유는 성적 부진이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 잔류가 목표인데 후반기 들어 부진의 꼬리를 못 끊었다. 한때 최하위까지 내려가면서 더 늦기 전에 해임 결정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 성남 FC는 지난 26일 이상윤 감독대행(사진)을 경질하고 이영진 코치를 감독대행 자리에 앉혔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4월 박종환 감독이 선수 폭행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성남은 감독을 교체했다. 급한대로 이상윤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 임무를 맡겼다. 성남의 구단주는 성남시장이다. ‘6.4 지방선거’ 당선 결과에 따라 구단주가 바뀔 수 있기에,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K리그 클래식 3경기 및 FA컵 1경기 등 총 4경기를 지휘하는데 ‘정식 감독’ 욕심도 있던 이상윤 감독대행에게도 중요한 ‘테스트’였다. 성남은 그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FA컵 16강 진출을 이뤘고, 당시 선두 포항 스틸러스를 꺾는 이변도 일으켰다.
이에 성남은 7월 1일 시즌 끝까지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신문선 대표이사는 “이상윤 감독대행이 (4경기를 통해)안정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다”라고 호평했다.
이후 성남이 지지부진하자, 내부적으로 이상윤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성남은 후반기 10경기에서 1승(4무 5패)만 거뒀다. 8위였던 순위는 바닥까지 한번 찍었다. ‘이대로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돌았다.
이상윤 감독대행의 마지막 경기가 된 수원전에서 박진포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시키는 전략으로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원은 홈 4연승을 내달리던 3위 팀이었다. 성남으로선 희망을 엿본 경기였다. 그런데 잘 싸웠던 그 경기를 마치고 이틀 뒤 내쳤다. 지난 26일 오전 최종 결정된 이상윤 감독대행의 경질이 뜻밖이긴 해도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구단 수뇌부와도 마찰을 빚었다. 시간이 갈수록 신뢰관계는 점점 얇아져 갔다. 그 가운데 코칭스태프 운영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찍힌’ 이상윤 감독대행은 성남과 시즌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지난 봄 한 차례 타이밍을 놓쳤던 성남은 늦여름에 또 다시 타이밍을 놓쳤다. 중요한 시기인 건 분명하다. 정규라운드 33경기가운데 2/3가 지났다. 스플릿라운드 5경기까지 더해 16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최대한 승점을 쌓고서 강등권과 간극을 벌여야 하는 시기다. 더 늦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또 안 좋았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경질 통보를 받기 하루 전날인 25일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K리그 클래식 잔류와 FA컵 우승이 목표다”라고 출사표를 밝힌 이상윤 감독대행은 그로부터 24시간도 안 돼 경질 통보를 전달받았다.
누가 봐도 뜬금없다. 사퇴시킬 감독을 대외 공식 행사에 내보내는 건 이상윤 감독대행에 대한 ‘모욕’이며 축구계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리고 성남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린 ‘몰지각’이었다.
이상윤 감독대행의 지도력에 의문을 갖고서 더 이상 믿고 맡기기 어려워 내칠 거라면 진작 내쳐야 했다. 어차피 감독대행이었다. 새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 이끄는 임시 자리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을 때, 구단 수뇌부가 원하던 능력 있는 지도자를 영입하는 게 수순이었다.
그러나 성남은 여론 탓인지, 재정 탓인지, 아니면 기대 이상의 성과에 대한 믿음 탓인지 이상윤 감독대행과 함께 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식 감독 계약을 하지 않았다. 꼬리표는 여전히 감독대행이었다. 테스트 기간만 더 길어진 셈이다.
성남은 이상윤 감독대행에 대해 후반기 상위권 도약을 위한 적임자라고 표현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순위는 내려갔지, 전반기 순위 8위에서 그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FA컵 준결승(현재 진행형이다)까지 진출한 공로는 뺐다.
시즌 도중 2번이나 감독을 바꾸는 건 흔하지 않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성남은 총 38경기 가운데 22경기를 치렀다. 이제 절반을 조금 넘었는데 지도자 2명이 옷을 벗었다. 강등 전쟁은 혼전 양상인데, 선수들은 잇달아 ‘아버지’를 잃었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성남은 이영진 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고 전했다. 외부 감독 영입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한 번 말을 바꿨던 성남이다. 그 ‘공언’을 신뢰할 수 있을까.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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