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1골 승부였지만 그 1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1골이면 충분하다는 포항도, 2골은 넣을 수 있다는 서울도 잔뜩 웅크렸다. 넣으면 좋지만 내주면 부담이 크다는 걸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신중했다. 그만큼 이기고자 하는, 지기 싫은 열망이 강했다. 재미 추구가 아니었다. 전쟁이었다. 패배는 의미가 없었으며, 역사는 승자만 기록할 따름이었다.
1주일 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1차전에서 비겼던 서울과 포항이다. 스코어는 0-0. 누가 유리하거나 누가 불리하거나 없었다. 같은 조건으로 임하는 2차전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180분 경기다. 180분 중 마지막 90분이 남았는데, 두 팀은 그 절반인 45분도 흘려보냈다.
↑ 서울과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맞대결은 치열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90분으로는 승부를 내기에 부족했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숨겨둔 발톱은 후반 15분이 돼서야 꺼내기 시작했다. 포항이 김태수를 빼고 손준호를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하자, 서울도 ‘원톱’ 에스쿠데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교체카드 1장만으로 판세를 바꾸긴 어려웠다. 서울과 포항은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지속했다. 후반 들어서도 템포는 죽었고, 슈팅의 정확도는 상당히 떨어졌다.
최용수 감독과 황선홍 감독도 남은 2장의 교체카드를 최대한 아꼈다. 두 번째 교체카드로 각각 몰리나와 강수일을 택했는데, 후반 40분과 후반 46분에서 꺼냈다. 승부를 내고자 했다면, 잇달아 교체카드를 썼을 터다. 90분 이후 연장을 겨냥한 노림수다.
연장으로 흘러가면서 원정 다득점 원칙도 사라졌다. 같은 득점 수는 무의미했다. 누구든 더 많이 넣어야 웃을 수 있었다.
180분 동안 이어진 균형이 30분 내 쉽사리 깨질 리는 없었다. 볼 소유는 서울이 더 많았으나 예리함은 포항이 더했다. 그러나 연장 전반 3분과 연장 후반 8분 김재성의 잇단 프리킥 슈팅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신광훈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잡은
혈투였다. 끝까지 대등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결국 승자와 패자의 희비를 가린 건 잔혹한 승부차기였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냉혹한 축구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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