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김원익 기자]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정지혜(25, 부산광역시청)에게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더욱 뜻 깊었다. 부상, 선수은퇴, 이후의 절망감. 1년 2개월여의 그 공백을 이겨내고 용기를 낸 끝에 거둔 성과였기 때문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남들의 차가운 시선과 우려를 이겨내고 얻은 은메달이었기에 더욱 빛나는 결과였다.
정지혜는 20일 인천 옥련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합계 201.3점을 쏴 중국의 장멍유안(202.2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인터뷰서 정지혜는 여러 차례 말을 멈추고 눈물을 보였다. 목이 메인 목소리에는 그간의 마음고생과 지금의 감격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어렵게 말문을 이어간 정지혜는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말문이 자꾸 막히는데 좋고 벅차다”며 지금의 소감을 털어놨다.
정지혜에게 은메달이 그토록 더 값졌던 것은 그간의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정지혜는 2011년 대상포진이 발병하면서 여러 합병증에 시달렸고 결국 권총을 손에서 놓아야 했다. 이후 정지혜는 1년 2개월 동안 스포츠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격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정지혜는 “부상 후 쉬었을 때 운동을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좌절감이 있었다”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쉬면서...(울음)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하고 싶은 일들을 했었다. 그때의 휴식이 내게는 힐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쉬면서 여유를 찾아갔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부상 이후의 시기와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공식 기자회견 종료 후 추가 인터뷰서 정지혜는 부상으로 은퇴했던 당시를 ‘자아를 상실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많은 시련을 겪었기 때문일까. 간절한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훈련을 했다.
2012년 어렵게 다시 복귀한 이후 정지혜는 승승장구했다.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2014년 세계사격선수권 대회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에서 세계선구권 금메달이 나온 것은 최초였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지혜는 “사격 미디어데이 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이라는 것 때문에 더 부담이 많았다”면서 “그래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대회 선전의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큰 무대다. 정지혜는 “앞으로는 더 큰 상황에서 총을 쏴야할 것 같다. 남은 아시안게임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정지혜의 극적인 스토리와 성공, 이후의 기쁨에는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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