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일본의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은 한국의 무실점 기록을 깨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그러나 일본도 이광종호 앞에서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 맞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포인트는 한국이 상대의 수비를 뚫느냐였다.
일본은 8강까지 오른 한국이 상대한 팀 가운데 가장 강했다. 짜임새가 잘 갖춰졌다. 일본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가 강점이었다. 패스, 볼 트래핑 등 개인 기술도 뛰어났다. 패배한 이라크전을 제외한 3경기에서 12득점 1실점으로 내용도 훌륭했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와일드카드를 쓴 한국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라며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은 20명의 엔트리를 21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다.
하지만 일본이 꺼낸 카드는 공격 강화보다 수비 안정이었다. 5골을 기록한 스즈키 무사시(알비렉스 니가타)를 ‘원톱’으로 세우고 그 밑에 나카지마 쇼야(FC 도쿄)를 둬 예리한 공격을 펼치려 했으나 기본적으로 한국의 공세를 막는데 집중했다.
↑ 한국은 28일 오후 5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8강에서 일본을 1-0으로 이겼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
한국은 일본의 수비에 퍽 고전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두들겼으나 몸을 사리지 않는 일본 수비진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일본 선수들도 많았다. 공간이 없었다. 전반 28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의 슈팅은 골문 앞에서 차단됐다.
후반 14분이 넘어서도 골이 없었다. 58분 연속 무득점의 홍콩전보다 침묵이 길었다. 이번 대회 1경기 최다 시간 무득점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태극전사들은 초조하지 않았다. 홍콩전처럼 서두르지도 않았다.
연장 승부도 대비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가능성을 열어놨을 뿐, 승부는 90분 안에 끝내고자 했다. 일본의 수비를 벗겨내기 위해 이리저리 쉴 새 없이 두들겼다. 몸도 사리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히며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종호(전남)가 오시마 료타(가와사키 프론탈레)로부터 페널티킥을 유도한 것. 오시마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천금 같은 페널티킥. 그리고 90분 내 찾아온 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장현수의 발을 떠난 볼은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최대한 버텨 한국의 심리를 흔들어 승기를 잡겠다던 일본의 전략은 실패했다. 두들기니 이광종호 앞에서 열리지 않는 골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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