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이 내세웠던 '금메달 3개'는 비현실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의미 있는 장면은 여러 차례 연출됐습니다.
한국 육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얻으며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36년 만의 '노골드' 수모를 겪은 한국은 '육상 약소국'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남자 110m허들에서 김병준이 13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안겼고 성혁제, 박봉고, 박세정, 여호수아가 이어 달린 한국 남자 1,600m 계주 대표팀은 3분04초03의 한국 신기록으로 값진 은메달을 건졌습니다.
1,600m 남자 계주에서 메달을 얻은 건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16년 만이었습니다.
4번주자로 나서 대역전극을 펼친 여호수아는 앞서 열린 남자 200m에서도 1986년 장재근 이후 28년 만에 메달을 따냈습니다.
여호수아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진일(남자 800m, 남자 1,600m 계주)에 이어 20년 만에 동일 아시안게임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건 한국 육상 선수가 됐습니다.
김덕현도 멀리뛰기(은)와 세단뛰기(동)에서 메달을 얻어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미녀새 임은지는 한국 여자 장대높이뛰기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도약했다. 3년의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나 동메달을 건 임은지는 많은 화제를 불렀습니다.
한국 경보는 남자 50㎞에서 박칠성이 은메달을 따내고, 남녀 20㎞ 경보에서 김현섭과 전영은이 동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냈다. 박칠성은 50㎞ 경보 부문에서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한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김현섭은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메달권 밖으로 밀렸지만 여자 400m 계주와 1,600m 계주에서도 한국신기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성공'으로 평가할 순 없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육상이 얻은 결과는 더욱 초라합니다.
중국은 금메달 15개를 수확하며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를 대거 영입한 카타르와 바레인은 남자 트랙
일본도 3개의 금메달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한 한국 육상 선수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국 육상은 전진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이번 대회에서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