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지난 2002년 ‘부산의 기적’을 기억하는가. 농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감동의 순간이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은 한국 남자농구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야오밍이 버티던 중국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농구 역사상 가장 짜릿한 승부였다.
12년이 지났다. 그때의 순간은 단지 꿈이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뒤쳐졌다. 중동과 중국의 맞바람과 귀화선수 열풍에 밀렸다. 한때 열광적이던 농구팬들도 하나, 둘씩 코트를 떠났다.
↑ 한국 남자농구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기적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날 현장에는 부산의 영웅 서장훈이 이상민과 함께 은퇴 후 처음으로 농구장을 찾아 후배들을 응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인천의 기적이었다. 12년 전과 같았다. 한국은 8강에서 필리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이란을 피할 수 있었던 중요한 승리였다. 준결승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이란을 만났다. 이란은 아시아 최고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하다디를 협력수비로 효과적인 봉쇄에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마치 2002년 부산대회 4강 필리핀전의 역전 3점 버저비터를 성공시킨 이상민, 야오밍을 상대로 버티던 ‘국보센터’ 서장훈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날 현장에는 실제로 부산의 영웅들이 있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과 서장훈이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의기투합했다. 이 감독은 서장훈에게 전화를 걸어 농구를 보러 가자고 권유했다. 서장훈도 흔쾌히 발걸음을 돌렸다. 서장훈이 은퇴 후 농구장을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장훈은 "내가 승리의 아이콘인가 보다"며 후배들과 함께 뜨겁게 감격했다.
12년 전 부산의 영웅들은 이제 코트를 떠났다. 이번 대표팀에서 뛴 김주성이 유일한 부산 멤버다. 그러나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새로운 인천의 영웅들이 탄생했다.
↑ 금메달을 따낸 한국 김종규와 김주성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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