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그 어느 팀도 겪어보지 못한 화려한 ’집안싸움’.
넥센의 MVP 후보들이 앞다퉈 기록을 써내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분전은 서로의 기록에 톡톡한 도움이 됐다.
14일 부산 롯데전에서 탄생한 밴헤켄의 20승은 한국 프로야구 33년사의 16번째 대기록이다. 선발 20승으로는 7번째. 7년만에 되살린 20승 마운드였고, 왼손 투수로는 19년만에 나타난 20승 피처였다.
KBO가 배출한 16명의 20승 투수 가운데 밴헤켄은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을 견뎌낸 넥센 에이스는 31경기, 3.51의 평균자책점으로 20승을 따내 2명뿐인 ‘3점대 ERA의 20승 투수’가 됐다. 시즌 팀 최다득점 신기록 행진중인 넥센 타선(827득점)은 밴헤켄의 대기록 사냥에서 그의 역투만큼이나 든든한 자산이 되어준 셈이다.
‘톱타자’ 서건창이 새 길을 내고 있는 최다안타(198개)-최다득점(133득점) 행진은 그의 타격센스와 독보적인 ‘발야구’ 기술, 꾸준한 컨디션 관리에 보태 히어로즈 타선의 무시무시한 화력 지원이 ‘기록도우미’가 됐다.
↑ 서로의 분전이 서로의 기록에 도움을 주는 ‘시너지’ 레이스로 넥센의 스타들은 MVP 경쟁의 행방을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1994년의 ‘야구천재’ 이종범(해태)은 타율 0.393을 휘둘렀지만, 124경기 556타석의 기록이라 서건창의 최다안타에 추월을 허용했다. 1999년에 192안타를 때려냈던 이병규(LG)는 서건창보다 많은 131경기를 뛸 수 있었지만, 600타석은 넘기지 못했다(599타석).
넥센 타선은 더 많은 타격 기회와 더 높은 생환률을 지원하면서 서건창의 기록 수립을 도왔다.
서건창과 히어로즈 타선은 기록의 ‘가치’ 면에서도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2004년 무려 84년만의 신기록(262안타)으로 ‘빅리그’의 최다안타 역사를 썼던 이치로(당시 시애틀)는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안타 ‘톱10’의 유일한 1930년 이후 기록으로 역대 1위를 바꿨지만, 개인 타이틀 ‘무관’의 블라디미르 게레로(당시 LAA)와 36홈런의 게리 셰필드(당시 NYY) 등에게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완패했었다. 3할대 승률로 지구 꼴찌로 떨어졌던 시애틀의 팀 성적 탓에 이치로의 절정의 기록은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 MVP 싸움에선 다승-홈런에 비해 안타-타율이 은근히 대접받지 못하는 경향도 한몫 했다.
그러나 서건창의 안타-득점-타율 기록은 다르다. 시즌 막판 선두 삼성을 맹추격하는 넥센의 ‘뒷심’ 레이스와 맞물리면서 서건창의 꾸준한 성적은 알토란 같은 영양가로 극찬받고 있다.
넥센 타선의 활력을 책임지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발로 만들어내는 ‘서건창표 득점’의 화려한 임팩트까지 보태 빠르게 ‘MVP 지지표’를 긁어 모으는 중이다.
박병호-강정호의 ‘시너지’는 시즌 내내 넥센 타선을 이끌어온 힘이 됐다.
바통을 주고 받는 ‘몰아치기’로 이번 여름 ‘홈런왕 경쟁’을 책임졌던 두 거포는 나란히 ‘100타점-100득점’을 돌파하면서 두명의 ‘세 자릿수 득점-타점’ 타자를 가진 ‘KBO 1호’ 타
11년 만에 50홈런을 넘긴 박병호는 14일까지 51홈런으로 124득점을 기록했다. 2003년의 이승엽(삼성)과 심정수(현대)는 각각 56개, 5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타율도 박병호와 비슷하거나(이) 더 높았지만(심), 120득점은 넘길 수 없었다.(이-115득점, 심-110득점) ‘다음타자 강정호’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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