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넥센 히어로즈 선발투수 오재영이 삼성 라이온즈의 테이블을 정리했다. 리드오프 야마이코 나바로를 완벽히 잡은 것이 최대 수확. 넥센의 원투펀치 앤디 밴헤켄과 헨리 소사도 못한 일을 오재영이 해냈다.
그러나 오재영은 동료들의 한(恨)만 풀었다. 10년만의 한국시리즈 승리도 눈앞에서 사라졌다.
오재영은 지난 7일 목동구장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예상을 뒤엎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깔끔한 5이닝 무실점 완벽투. 볼넷은 3개를 내줬으나 안타 2개만 허용하며 위기를 넘긴 역투였다.
↑ 지난 7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회 초 2사 만루에서 넥센 선발 오재영이 포수 박동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나바로의 타격이 정말 좋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삼성 타선 가운데 나바로를 가장 의식한 발언이었다.
염 감독은 오재영에 대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염 감독은 “오늘 오재영은 제구가 관건일 듯하다. 특히 좌타자 상대 몸쪽 직구가 잘 들어가야 한다. LG전서도 몸쪽 직구 제구가 좋아 바깥쪽 공까지 살면서 잘 던졌다”며 “오재영이 초반 3실점을 하면 김대우나 문성현으로 바로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오재영의 어깨가 무거웠다. 오재영은 정규시즌 삼성을 상대로 2경기 평균자책점 27.00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오재영은 반전의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나바로를 완벽히 묶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오재영은 1회초 나바로의 첫 맞대결서 공격적인 투구로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서 4구째 3루 땅볼로 막아냈다. 깔끔한 출발. 2회초 2사 후 찜찜한 상황서 나바로와 두 번째 대결을 펼쳤다. 포수 박동원의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면서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인 김상수를 심판 합의판정 번복으로 1루에 살려 보낸 것. 후속타자가 나바로였다. 그러나 오재영은 공 1개로 나바로를 3루 땅볼로 잠재웠다.
이날 경기의 첫 승부처였던 5회초. 오재영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나바로를 상대로 거침이 없었다.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잡은 뒤 1B2S 이후 4구째 좌익수 플라이로 나바로를 돌려세웠다. 나바로 상대 완승. 오재영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넥센은 오재영의 호투 뒤 5회말 1사 후 비니 로티노가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을 상대로 0의 균형을 깨는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6회초 마운드를 조상우에게 넘긴 오재영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10년의 기다림보다 짧은 4이닝만 참으면 됐다.
넥센은 7회까지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오재영도 더그아웃에서 노심초사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넥센은 8회초 어이없는 수비로 이승엽에게 행운의 적시타를 내주며 1-1 동점. 오재영과 넥센으로서는 악몽이었다. 망연자실한 넥센은 9회초 박한이에게 역전 결승
오재영은 지난 2004년 현대 시절 한국시리즈 승리 이후 10년 만에 눈앞에 다가온 감격적인 2승을 놓쳤다. 넥센도 시리즈 1승2패로 뒤집히며 위기에 몰렸다. 올해 포스트시즌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오재영의 나바로를 완벽히 지운 역투만 오롯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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