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나믿너믿’
류중일(51)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만들어낸 유행어다. ‘나는 믿는다, 너를 믿는다’는 의미다.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위업을 이끈 류 감독의 리더십이다. 이른바 ‘류心’이다.
류 감독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선수들을 믿고 쓴다. 웬만한 부진은 ‘류心’을 흔들지 못한다. 한 번 눈에 든 선수에게는 오직 무한 신뢰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일부 팬들로부터 ‘전술전략 없는 야구’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류 감독의 소신은 꿈쩍 않는다. ‘나믿너믿’은 그 자체로 류 감독의 전략이고 전술이다.
↑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나믿너믿" 미소. 사진=옥영화 기자 |
삼성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가장 좋은 팀으로 평가받는다. 팀 내 잡음이나 불화설도 없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호흡도 문제없다. 단지 성적이 좋아서일까. 그 뒤에는 류 감독의 리더십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훈련량을 엄청나게 늘리는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농담을 주고받는다. 훈련을 할 때도 큰 간섭은 없다. 선수들이 알아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마냥 허허실실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자신만의 야구철학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한 번 믿은 선수를 끝까지 믿는 이유도 여기 있다. 류 감독의 머릿속에는 삼성의 밑그림이 있다. 투‧타, 공‧수의 안정감이 흔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의 타순 변경은 거의 없다.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한 번 맡기면 풀타임을 소화하도록 맡긴다. 매년 삼성에서 화수분처럼 선수들이 튀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올 시즌 부활한 이승엽과 주변의 우려에도 끝까지 믿고 쓴 마무리 임창용, 내‧외야를 책임진 김상수와 박해민 등은 류 감독의 소신을 엿볼 수 있었던 선수들이다. 리드오프로 파격적인 역할을 준 야마이코 나바로도 류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류 감독은 경기 중 전술을 많지 쓰지 않을 뿐 공부하고 도전하는 감독이다. 1999년 현역 선수 은퇴 후 2000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0년이라는 긴 코치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말 삼성의 사령탑에 올랐다. 이듬해부터 ‘류중일 시대’가 열렸다.
류 감독은 LA 다저스를 방문했다가 교본 한 권을 받아보고 감명을 받아 삼성의 수비 교본을 만들기 시작했고, 올해는 트레이너 파트까지 타 종목과 교류를 적극 지원하는 등 세심하게 연구하고 실천에 옮겼다.
삼성은 11일 잠실
이것이 류중일 야구다. 그렇게 삼성의 4대 왕조는 탄탄히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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