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아름다운 도전이 막을 내렸다.
넥센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0으로 완패하며 2승4패로 삼성의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눈앞에서 지켜보게 됐다. 하지만 넥센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넥센도 2014 프로야구를 빛낸 승자였다. 2008년 창단 후 6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자 삼성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해체된 현대 야구단을 대신해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때만해도 ‘야구판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넥센이 프로야구의 강자 중 하나임을 의심하는 시선은 없다. 또 구단 운영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시리즈 진출로 성과는 꽃을 피었다. 준우승에 머무른 패자로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6회말 1사 1루 넥센 유한준의 병살로 이닝이 종료되자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잠실)=한희재 기자 |
▲ 야구판을 뒤흔든 네이밍마케팅
프로야구는 태생적으로 대기업들의 무대였다. 하지만 2008년 투자전문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곳이 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뛰어들면서 판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센테니얼은 네이밍 마케팅이라는 그 때까지 생소한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존 구단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자금 부족으로 창단 첫 해인 2008년엔 해외가 아닌 제주도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첫 해 메인스폰서였던 우리담배와 계약이 해지되면서 자금난은 심화됐다. 당시 팀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재 주장인 이택근도 2009시즌이 끝난 뒤 LG로 트레이드됐다. 성적도 처참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7-6-7-8-6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을 전전했다.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존의 판을 흔드는 ‘미꾸라지’로 전락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성적이 나면서 점차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기 시작했다. 전남 강진에 위치해 귀양지 같았던 분위기의 2군 훈련장도 경기도 화성시와 MOU를 체결해 옮겨 2군을 화성 히어로즈로 바꾸는 등 네이밍마케팅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또 이택근을 2012년 시즌을 앞두고 FA총액 50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겨주며 다시 데려오고,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등 배고픈 구단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모기업이 없어도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히어로즈가 제시했다는 평가다.
↑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1-10으로 넥센이 크게 뒤진 가운데 이장석 대표가 아쉬운 표정속에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 주목받지 못한 청춘들, 영웅으로 환골탈퇴
새로운 영웅들의 탄생은 히어로즈를 프로야구 중심으로 이동시켰다. 2011년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가 대표적이다. LG시절 미완의 대기였던 박병호는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2년 홈런, 타점, 장타율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던 박병호는 2013시즌에도 홈런 39개를 터트리는 등 타격 4관왕을 차지,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올시즌에는 50홈런 고지(52홈런)를 돌파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신고선수 신화를 쓴 서건창도 영웅으로 떠오른 선수 중 하나다. LG서 방출당한 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신고선수로 입단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200안타 고지까지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거포유격수라는 신기원을 쓴 강정호도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자리매김 한 뒤 메이저리그를 노크하고 있다. 2010년 롯데서 트레이드 돼 온 김민성도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당당히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으로 넥센을 응원하는 팬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선수를 팔아 구단운영을 한다는 오명을 썼던 넥센은 이제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팀으로 발돋움했다.
↑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무사 1루 넥센 이택근 적시타 때 1루주자 서건창이 득점을 올리고 더그아웃서 코치진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 1할대 타자서 리그 최고 지장 ‘염갈량’으로
2012년 시즌 중반까지 상위권에서 놀던 넥센은 후반기 들어 추락하면서 6위로 마치자, 염경엽 작전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통산 1할대 타자로 스타 출신이 아닌 염 감독의 선임은 당시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감독이었다. 프런트와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감독 첫 해인 2013년 넥센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에는 선발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특히 철두철미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와 예측력으로 염갈량이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년차 감독이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지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시즌 중반 타선 침체로 연패에 빠졌을 때는 3번타자였던 이택근을 2번에 배치하는 묘수를 두기도 했고, 신예 조
염경엽 감독의 안목은 올해만 국한된 게 아니다. 내년 내후면까지 길게 내다 보면서 신인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선발로 나와 쏠쏠한 하영민이라던지, 내야수 임병욱, 김하성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염 감독의 머릿속에는 지속적인 강팀을 만들기 위한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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