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진정한 시험대이자 기회다.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박주영(알 샤밥)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주영, 이근호(엘 자이시)와 경쟁할 조영철(카타르 SC)의 이야기다. 어쩌면 조영철은 이번 중동 원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
물론, 조영철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있다. 하나같이 관심은 박주영에게 집중됐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으로 공격수가 부족한 가운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칼을 뺐다.
박주영을 발탁해 직접 두 눈으로 보겠다는 것. 테스트에 가깝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도 기대로만 가득하지 않다. 하지만 박주영이 지난 3월 그리스전과 같은 반전을 이룬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관심은 이근호의 활약 여부다. 지난 9월 군 전역 후 엘 자이시로 이적한 이근호는 슈틸리케호 1기에 합류하지 못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 속에 이근호는 2골 3도움을 하며 빠르게 낯선 무대에 적응했다. 그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근호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 슈틸리케호 2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포지션은 원톱이다. 박주영, 이근호가 뛸 자리다. 그런데 조영철도 있다.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조영철이 파라과이전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을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슈틸리케호 2기의 공격수는 3명. 박주영과 이근호가 이름을 올렸다. 그렇기에 이 두 명에게 더 눈길이 간다. 골을 넣고 기존 선수들과 유기적인 호흡을 펼칠 경우, 현재로선 무주공산인 공격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조영철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박주영, 이근호보다 더 유리한 위치다. 이미 한 번 시험을 봤고 검증도 마쳤다. 파라과이전에 원톱으로 선발 출전해 60분을 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영철은 남태희(레퀴야), 김민우(사간 도스), 이청용(볼튼)과 함께 유기적인 포지션 변화 속에 예리한 중앙 침투로 파라과이 수비진을 위협햇다. 전반 막바지 남태희의 도움을 받아 골망을 흔들었지만, 부심의 애매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됐다.
조영철의 재발견이었다. 그 동안 A대표팀에서 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른쪽 날개로 뛰었던 지난 9월 5일 베네수엘라전까지만 해도 조영철의 태극마크는 더 이상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대체 발탁으로 슈틸리케호 1기에 승선하더니 ‘대반전’을 이뤘다. 조영철의 입지는 달라졌다. 이번에는 대체 발탁이 아니다. 스스로 힘으로 뽑혔다.
기회는 박주영, 이근호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조영철에게도 온다. 물론, 잘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을 위해서다. 박주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이동국과 김신욱의 부상 회복이 더디다면, 조영철은 원톱 대안으로 떠오를 유력한 후보다. 그 가능성
조영철은 자신감이 넘친다. 파라과이전을 마치고 스스로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라고 해맑게 웃던 조영철이다. 그렇게 그 기회를 잘 살린다면, 내년 1월 호주행 티켓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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