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D-1. 운명의 시험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바람 앞에 놓인 촛불 같은 박주영(알 샤밥)이다. 그를 향한 시선은 마냥 곱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한 번에 상황을 뒤집을 ‘찬스’가 주어졌다. 아테네에 이어 암만은 그에게 약속의 땅이 될까. 8개월 전과 같은 대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인생은 박주영처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축구 커뮤니티에서 나돌고 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 ‘인생은 하륜처럼’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는데, 이를 박주영에게 빗댄 것이다. 천운이 따르는 등 꼬인 실타래가 쉽게 술술 잘 풀린다는 이야기다.
박주영은 알 샤밥 이적 후 3경기만 뛰고도 슈틸리케호 2기 명단에 포함됐다. 시기상조인 건 분명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을 완전히 씻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에다 직접 두 눈으로 점검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확고한 의지 속에 발탁됐다.
↑ 박주영은 2011년 아스널 이적 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국가대표 발탁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골을 터뜨리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웠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면서 ‘마지막’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선발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점검 무대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뜨거운 논란을 야기하는 박주영에겐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논란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뭔가’ 보여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경우, 아시안컵 출전은 물론 향후 슈틸리케호에 선발될 기회를 얻게 된다. 그 뭔가는 역시 골이다.
이동국, 김신욱의 부상으로 골잡이가 없는 슈틸리케호다.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슈틸리케호는 해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주영이 14일 요르단전에서 골을 터뜨려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인다면,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환경도 달라질 터다.
자신은 있을 것이다. 박주영은 그 동안 골로써 논란을 잠재웠다. 박주영은 지난 2011년 아스널 이적 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되며 소속팀에서 뛰지도 못하는 선수를 뽑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거셌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때마다 골을 넣었다. 아스널 이적 후 첫 A매치였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레바논전에서 해트트릭을 하더니 쿠웨이트전(1골), 폴란드전(2골), UAE전(2골)에서 골 맛을 봤다. 2011년 후반기 6번의 A매치에서 8골을 몰아친 것이다. 그를 향한 부정적 여론은 쏙 들어갔다.
박주영이 홍명보호에 승선할 때도 시끄러웠다. 지난 2월 겨울 이적시장 마감 직전 왓포드로 임대 이적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왓포드에서도 벤치를 달궜고, 출전 시간은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공격수가 없다며 박주영을 뽑았고, 박주영은 지난 3월 5일 그리스전에서 감각적인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내 실력 봤지?’와 같은 강렬한 한방이었고, 그 골로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에 나갔다.
위기마다 골로 말한 박주영이다. 이번에도 박주영은 골로써 위기를 타개할까. 박주영은 A매치 24골을 기록했는데 11골이 중동을 상대로 넣었다. 중동 킬러는 이근호만의 별명이 아니다.
요르단을 상대로 골 맛을 본 경험도 있다.
한편, 한국과 요르단의 평가전은 14일 오후 11시30분 암만의 킹 압둘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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