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7년 전인 2007년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당시 프로농구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터졌다. 지금은 현역에서 떠난 이상민(42‧서울 삼성 감독)과 서장훈(40‧은퇴)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뒷이야기다.
FA 자격을 얻었던 리그 최고의 가드 이상민과 센터 서장훈은 연세대 시절의 재회를 꿈꿨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서장훈은 몸값을 7000만원이나 삭감하며 연봉 4억원에 전주 KCC로 이적했다. 단지 선배 이상민과 한솥밥을 먹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KCC는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이었던 영입선수 포함 보호선수 3명에 이상민을 제외한 서장훈, 임재현, 추승균을 묶었다. ‘설마 프랜차이즈 베테랑 이상민을 데려가진 않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은 희대의 촌극을 불렀다. 서장훈의 원소속 구단이었던 삼성이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것. 현대-KCC의 상징이던 이상민은 그렇게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KCC와 삼성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성난 팬들은 KCC와 삼성의 선택에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상민과 서장훈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둘은 은퇴할 때까지 함께 뛰지 못했다.
↑ 지난 2007년 5월 프로농구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상민(왼쪽)과 프로야구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9번). 사진=MK스포츠 DB, KBL 제공 |
프로야구 9개 구단은 KT 위즈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확정해 24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 한다. KT는 9개 구단이 제출한 보호선수 외에 팀당 1명씩 지명할 수 있다. 오는 29일 특별지명 결과가 발표된다.
LG는 선수층이 두텁다. 여전히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베테랑들은 물론 젊은 유망주들도 크게 성장했다. LG로서는 골치가 아프지만, KT로서는 가장 군침을 흘릴 수 있는 구단이 바로 LG다.
LG는 기존의 베테랑들을 보호선수로 묶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운 가운데 막강한 투수진과 젊은 거포 유망주들에게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장 애매한 선수가 이병규(9번)다.
이병규는 LG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올해 만40세.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3년간 25억5000만원의 확실한 대우를 받았다. 역대 최고령 최고액. 황혼의 선수에게 내린 가치로는 단지 기량이 전부가 아니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LG는 비공개가 원칙인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이 안에 이병규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래의 핵심이 될 유망주 1명이라도 더 보호선수 명단에 확보하고 싶은 LG 입장에서는 이병규 카드가 아쉽기만 하다.
KT는 내년부터 1군에 진입하는 신생 구단이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 베테랑 선수의 존재가 절실하다. 2년 전 FA 이호준을 영입한 NC 다이노스의 사례는 귀감이 된다. KT는 ‘제2의 이호
이러한 불편한 상황 때문에 LG의 선택에 귀추가 쏠린다. LG가 ‘설마’의 판단으로 눈치작전을 펼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로농구의 ‘이상민 사태’가 새삼 떠올려지는 순간의 선택을 남겨두고 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