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양현종(26)을 잔류시키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스팅을 진행했던 김광현(26, SK)과의 포스팅금액 차이는 50만달러. KIA는 명분을 내세워 양현종을 잔류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여러모로 윤석민(28)의 포스팅 좌절 사례를 떠오르게 하는 결정이다.
양현종은 24일(이하 한국시간) 광주에 위치한 구단 사무실에서 오현표 KIA 타이거즈 운영실장과 만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에 이어 2번째로 만남을 가진 가운데 KIA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양현종에게 진출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양현종은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했으나 KIA는 내부 입장을 굳힌 분위기다.
↑ KIA 타이거즈가 양현종을 잔류시킬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선수에게는 일단 설득이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결국 잔류라는 내부 방침은 애초에 결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IA는 23일 1차면담에서도 같은 논리를 들어 ‘진출 재고’를 요청했다. 이어 24일에는 더욱 확실하게 잔류를 요구했다. 포스팅 금액을 확인하고 발표를 미뤘을 때부터 KIA가 양현종을 보내줄 계획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SK와는 사뭇 비교되는 행보다. SK는 앞서 11일 김광현의 포스팅금액이 200만달러로 나오자 진출에 대해 한 번 더 심사숙고 해줄 것을 선수에게 요청했다. 이후 김광현이 재차 의지를 드러내자 SK는 12일 “구단은 내부 회의와 김광현 선수와의 면담을 통해 선수의 오랜 꿈을 후원해주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스팅 결과 수용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포스팅을 응찰했다.
현재 밝혀진 양현종과 김광현의 포스팅금액 차이는 50만달러. 큰 액수라면 큰 액수지만 사실 별다른 차이가 없는 금액이기도 하다. 현재 폭주하고 있는 시장 상황, 선수의 실제 가치를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포스팅금액이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SK와 KIA의 입장 차는 그 간극보다 훨씬 컸다.
KIA는 이미 포스팅을 원하는 선수를 잔류시켰던 전례가 있다. FA자격을 채우고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윤석민(3년 557만5000달러)이다. 윤석민은 2011년 10월 말, 구단 측에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KIA는 선동열 감독의 잔류 요청을 받아들여 윤석민을 잔류시켰다.
다만 당시와 다르게 이번 결정은 김기태 신임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오현표 실장은 “현장의 요청을 받은 부분은 없다. 이번 결정은 일단 구단이 뜻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사실 KIA가 구단의 입장을 우선하느냐, 대승적 차원에서 포스팅을 용인해주느냐의 두 가지 선택만 있었을 뿐이었다. 애초부터 KIA에게 칼자루가 쥐어진 일이었다. 윤석민은 구단의 뜻을 꺾지 못하고 수용했다. 결국 진출을 허락해주겠다는 KIA의 약속을 믿고 계속해서 이해를 구한 양현종의 바람 역시 무산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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