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춘천) 서민교 기자]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정선민(40)이 부천 하나외환 코치로 첫 발을 내딛었다. 여자농구대표팀과 인헌고 코치로 지도자 경험은 있지만 여자프로농구는 처음이다.
정선민 코치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4일 춘천 호반체육관. 춘천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정 코치는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정은순 해설위원과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등 과거 현역 시절 함께 했던 전설들과 재회했다.
정 코치의 공식 코치 발령은 지난 1일. 이날이 나흘째였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감독, 코치님, 선수들과 상견례를 한 뒤 이것저것 자료를 받고 파악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 4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과 우리은행의 경기에 앞서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와 하나외환 정선민 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정 코치가 막힌 숨통을 열기 시작했다. “오자마자 선수들 개개인 면담부터 했다.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많이 들었다. 어린 애들이 많아 잘하고 싶은데 못한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오기 전에는 터놓고 속사정을 말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김정은 등 대표팀에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은 정 코치에게 사석에서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코트에서는 ‘코치님, 선생님’으로 부른다.
정 코치의 또 다른 역할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 전수다. 야간훈련 시간에 신 코치와 함께 다양한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처럼 갑자기 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와서 보니 우리 선수들의 눈이 살아있더라. 먼저 많이 물어본다.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박 감독도 정 코치의 합류를 적극적으로 반겼다. 박 감독은 “실제로 플레잉코치 영입도 고민을 했다. 작년에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 아쉽다”며 “정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 경험을 많이 했다. 코치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경험이다. 나와 신 코치가 여자들 세계를 잘 모른다. 정 코치가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본다. 지도자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정 코치와는 신한은행과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 지금 하나외환이 힘든데 중간에서 선수들과 교감을 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하나외환에는 어린선수들이 많아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정 코치의 경력은 화려하다. 1993년 SKC 유니폼을 입은 뒤 신세계,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총 9회 우승을 이끌며 프로에서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7회, 득점왕 7회를 차지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정 코치는 국제농구연맹(FIBA)가 기억하는 한국 선수였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금메달, 199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4강,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또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했던 정 코치는 2012년 은퇴 선언 이후에도 중국 산시에서 2년을 더 현역 선수로 뛰며 하위권에 처져 있던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도자로서도 착실한 경력을 쌓고 있다. 지난해 여자농구대표팀 코치를 맡은 뒤 올해에는 인헌고 코치를 역임했다. 남고부 1호 여성 지도자 타이틀까지 거머쥔 뒤 친정인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코치의 화려한 경력이 무색하게 하나외환은 최하위 팀. 이날 우리은행의 단일리그 역대 최고 개막 10연승의 들러리를 하며 시즌 성적 1승9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 코치는 웃으며 말했다. “인헌고를 맡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다그치면 안 된다. ‘괜찮다, 괜찮다’고 하면서 계속 격려하고 칭찬을 해줘야 한다.” 정 코치는 이날도 쉴 틈 없이 선수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4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과 우리은행의 경기, 하나외환 정성민 코치가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