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감독님이 이 말을 싫어하시는데….”
전주 KCC 센터 하승진이 경기 도중 당한 부상에 대해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내 허재 감독의 눈치를 봤다. 부상을 당하고도 괜찮다고 말하는 하승진의 더 큰 부상을 우려하기 때문. 그래도 하승진은 “부상은 괜찮다”고 했다.
KCC는 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15시즌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서 82-72로 이겼다. 김태술과 김효범이 허리 부상으로 빠진 상황서 3쿼터 중반 하승진까지 부상을 당해 벤치로 빠진 악재를 이겨낸 값진 승리였다. KCC는 SK전 원정 8연패 악몽도 끊었다.
↑ 전주 KCC 센터 하승진이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뒤 벤치서 동료들을 응원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하승진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실을 찾아 인터뷰에 큰 부담을 느꼈다. 거침없는 말솜씨를 자랑했던 평소 하승진 답지 않은 모습. 하승진은 “요즘은 말하기 조심스럽다. 한 경기 잘하면 열심히 뛰었다고 하고 지면 열심히 안 뛴 게 된다. 이기든 지든 항상 열심히 뛰고 있는데…”라며 또 눈치를 봤다.
하승진이 소심해진 이유는 팀 성적 때문이다. KCC는 이날 승리로 8승(16패)째를 거두며 2연승을 챙겼으나 시즌 성적은 9위.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된 KCC의 성적표로는 초라하다.
하승진은 “슬로우 스타터라는 말을 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5~6연승 이후 거침없이 말을 하도록 하겠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하승진은 부상 이후 벤치서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나 KCC는 접전 상황서 김태홍과 김지후의 연속 3점슛이 폭발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벤치에서 팀 승리를 지켜본 하승진은 “진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동료들이 정말 잘해줘 기쁘고 고마웠다. 내가 없을 때 다른 팀 색깔을 보여줬다. 리바운드와 궂은일을 하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모습이 가장 고마웠다”며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승진은 이날 기자회견실에 함께 들어온 정희재에 대해서도 먼저 나서 “프로 데뷔 후 인터뷰실에 처음 들어왔다고
정희재는 하승진과 달리 “우리는 밑바닥이다.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러자 하승진이 “그러면 내가 뭐가 되냐”며 기분 좋은 핀잔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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