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일 대표 유격수 간의 자존심 싸움이 될까. 나란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유격수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와 도리타니 다카시(33·한신 타이거스)가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강정호와 도리타니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둘은 같은 포지션이라는 이유에서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진출 과정에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내야진 보강을 위해 해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넘보는 구단이라면 강정호와 도리타니를 두고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강정호(왼쪽)와 도리타니 다카시(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상황은 분명 다르다. 강정호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 반면, 도리타니는 해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즉 강정호는 영입을 원하는 구단이 원소속팀 넥센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고, 도리타니는 구단과 연봉만 협상하면 된다. 아무래도 강정호를 영입하려는 구단이 지불해야 할 금액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플레이 스타일도 상반된다. 강정호가 젊고, 장타력을 앞세운 방망이를 장점을 내세운 반면 도리타니는 안정된 수비력이 매력적인 선수다. 또한 10시즌 동안 1444경기에 연속 출전하며 가네모토 도모아키(전 한신)의 뒤를 잇는 철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타격을 갖춘 중장거리형 타자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타격은 수비보다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베팅을 하려는 팀은 강정호를, 안정적으로 내야진을 보강하려면 도리타니를 고를 것 같다”고 분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둘 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플레이 하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투수·외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사례는 많지만 내야수는 성공 사례가 전혀 없다는 점,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야수가 없다는 점이 걸리는 부분이다.
도리타니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도 “주전 2루수로 뛸 수 있길 바란다”며 도리타니의 포지션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신에서는 붙박이 유격수지만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대표팀에서는 2루수로 나선 적이 있어 포지션 변경에는 큰 무리가 없다.
강정호도 타격을 살리려면 3루수로 포지션을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미국과 한국
어찌 됐건 다르지만 비슷한 유형의 두 선수의 빅리그 진출에는 한국과 일본사이의 보이지 않은 경쟁의식이 깔려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정호와 도리타니 모두 웃을 수 있을지, 희비가 엇갈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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