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제주도 서귀포) 이상철 기자] 비와 눈이 내리는 제주도 변덕스런 날씨도 태극전사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슈틸리케호의 경쟁이 뜨겁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매의 눈’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일주일간 제주도에서 훈련하고 있다. 소집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깜짝 발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배고픔’과 ‘열정’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28명의 태극전사는 이번 훈련에 모든 걸 걸었다. 단순히 내달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가기 위함이 아니다. 아시안컵 이후에도 한국축구는 계속된다. 슈틸리케호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2018 러시아월드컵도 치러야 한다. 현재는 미래로 가는 길이다. 이번 소집 훈련은 아시안컵 이후 그 길로 가는 연장선이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제주도 서귀포시 시민축구장에서 가진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주도 서귀포)=옥영화 기자 |
선수들로선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훔칠 기회다. 눈에 불을 키고서 가진 기량을 다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자연스레 진중한 분위기다. 거친 몸싸움, 깊은 태클 등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선수들은 “(비시즌이라 최상의 몸 상태는 아니지만)현재 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쏟아내고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두 번의 미니게임에서 눈에 띈 건 이종호(전남)였다. 김승대(포항)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되는 행운이 따랐지만 실력으로 말했다. 이종호는 오버헤드킥 득점을 하는 등 연속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민우(사간 도스)는 날카로운 프리킥 골을 넣었으며 김은선(수원), 정동호(울산), 강수일(포항)도 골 맛을 봤다.
그렇지만 경쟁자보다 한발 앞섰다고 하긴 어렵다. 멋진 골을 넣거나 활발한 움직임을 펼친다고 이 한 번에 상황이 뒤바뀌는 건 아니다. 소집 훈련은 하루가 아니고 일주일이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과 ‘머리’는 365일 움직인다.
‘골’이 다가 아니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의 부상과 박주영(알 샤밥)의 부진으로 마땅한 공격 자원이 없으나 해결사 찾기에 몰두하진 않는다. 한 코칭스태프는 “미니게임에서 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평가 기준은 ‘태도’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5일 선수단 미팅에서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자신의 철학과 함께 이번 제주도 소집 훈련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련 자세로 평가하겠다고 했다. 골은 평가 기준이 아니다. 패스, 슈팅, 드리블 등 기본기에 동료와 연계 플레이, 수비 가담 등 모든 면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종합 평가인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미니게임마다 규칙만 알려줄 뿐, ‘어떻게 하라’는 주문 없이 ‘참관자’로서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
A대표팀은 제주도 소집 훈련 마지막 날인 21일 자체 연습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소집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다. 그 연습경기까지도 슈틸리케 감독의 평가 기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계속, 그리고 꾸준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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