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제주도 서귀포) 이상철 기자] 냉정히 말해 위기다.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자연스레 그를 향한 관심도 떨어졌다. 올림픽, 월드컵에 나갔으나 아시안컵 무대를 밟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 현실적으로 어렵고 뒤처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전의 기회는 주어졌다. 호주행 티켓을 잡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박종우(광저우 부리)는 이를 악물었다.
2년 전만 해도 박종우는 유명인사였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파트너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 됐다. 특히,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 승리 이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쳐 ‘독도사나이’가 됐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2년 10월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를 했으나, 이후 출전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런던올림픽만큼의 임팩트가 강했지만 그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장은 더뎠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 이명주(알 아인)가 아닌 그런 박종우를 데려갔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벤치만 지키다 돌아왔다.
↑ 박종우가 축구 A대표팀의 제주도 전지훈련 도중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주도 서귀포)=옥영화 기자 |
지난달 요르단-이란과 원정 2연전에 나설 2기 명단에선 아예 빠졌다. 1기 22명 중 15명이 2기에 승선했지만 박종우는 아니었다. 이명주, 홍철(수원)과 함께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 명단 제외, 충격이 컸다. 박종우는 “대표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크다. 그런데 탈락하니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아픔이)자극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아시안컵에는 23명만이 나설 수 있다. 보통 베스트11의 2배수로 뽑는 걸 고려하면,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4~5명이다. ‘중심축’ 기성용(스완지 시티)는 부상 등 변수가 없는 한 선발된다. 한국영(카타르SC)도 한 발 앞서 있으며, 박주호(마인츠)와 장현수(광저우 부리)도 중원에 배치될 수 있다.
자리는 비좁지만 고정된 건 없다. 가능성 ‘0%’는 아니다. 최종 명단은 오는 22일 확정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1일까지 제주도 전지훈련까지 다 마친 뒤 최종 명단 선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제주도행 티켓을 잡은 박종우에게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마지막 반전 기회가 주어졌다.
박종우의 A매치 기록은 13경기. 제주도 전지훈련 멤버 가운데 차두리(70경기·서울), 정성룡(64경기·수원), 김영권(29경기·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이어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일 뿐이다. 리셋(Reset), 그리고 리스타트(Restart)다.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니 경쟁자보다 뒤에 있다. 그렇기에 그라운드 위에서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박종우의 의지는 강하다. 희망을 품고 기회를 살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박종우는 “(첫 발탁된 14명과 비교해)국가대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난 현재 새롭게 시작하는 위치에 서있다. 나도 태극마크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크다. (이번 전지훈련에서)감독님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라며 “어느 대회든 임하는 자세는 다르지 않다. 최선을 다해 (아시안컵에 나갈)기회를 잡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박종우는 2012 런던올림픽 이후 경쟁에서 밀렸다. 슈틸리케호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회는 주어졌고, 반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박종우다. 사진(제주도 서귀포)=옥영화 기자 |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