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전통의 명가 두산 베어스는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으로 수장이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성적부진으로 연속 교체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시즌 종료 후 5명의 감독이 교체된 가운데 두산은 제 10대 김태형(47) 감독 체제의 새로운 닻을 올린다.
MK스포츠는 2014시즌을 결산하면서 올해 그라운드에 펼쳐졌던 여러 대기록과 사건들이 리그의 역사 속에서 ‘정상’인지, 혹은 ‘비정상’인지를 살펴봤다.
▲ 재현된 두산 감독 잔혹사
2013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올해 재일교포 출신의 송일수 감독(63)을 선임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송 감독은 시즌 내내 ‘지나친 번트 시도’와 ‘투수교체 미스’등의 논란을 낳았다. 더해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고의패배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운영으로 ‘페어플레이 정신’마저 실종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 두산은 2년 연속 김진욱 감독과 송일수 감독이 차례로 물러나면서 감독 잔혹사를 경험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시계를 돌려보면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두산은 2013시즌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결국 시리즈 종료 이후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경질시키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간 익숙하게 취해왔던 ‘자진사퇴’의 형식도 취하지 않으면서 경질을 공식화 시켰다. 당시 두산은 “김 전 감독이 승부의 결정적인 순간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했다고 구단에서 판단했다”며 해임배경을 설명했다.
두산의 역대 7대 감독이자 현 NC 다이노스 감독인 김경문 감독이 2011시즌 물러난 이후 3년 계약을 맺었던 김진욱 감독 역시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 사례는 두산(전신 OB 베어스 포함)의 역사상 1990년대 초반 혼란과 비견될 만 하다. 두산은 초대 김영덕 감독을 시작으로 총 10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맡았다. 2대 감독 김성근 시대(1984년~1988)이후 1989년 지휘봉을 맡은 이광환 전 감독이 1990년 시즌 도중 물러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이후 감독 대행을 맡았던 이재우 전 감독이 1991년 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그마저 1991시즌 79경기를 끝으로 물러나면서 다시 윤동균 감독 대행이 두산을 맡게 됐다. 2년 연속 감독대행 시즌의 파행. 시즌 막바지 윤동균 감독 대행은 감독으로 승격, 이후 1994년까지 두산을 지휘했다.
이후 두산은 1995년 김인식 전 감독이 6대 감독으로 부임, 2003년까지 총 9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이는 두산 역사상 가장 긴 감독 재임기간. 그동안 두산은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다. 이후에도 2004년 김경문 전 감독이 지휘봉을 맡아 2011시즌 중반까지 8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으면서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의 면모를 유지했다. 단순히 감독 교체의 상황과 빗대어 보면 현재가 구단 역사의 암흑기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 역대로 따져도 흔치 않은 2년 연속 감독 교체
2년 연속 감독이 교체된 사례는 이번 경우를 제외하면 흔치 않다. 삼성, KIA, SK, 롯데, 한화는 2년 연속 감독이 교체된 적이 없다. 가장 많은 9번의 감독 대행 체제를 겪은 LG(전신 MBC 청룡 포함)가 현존 구단 중에는 두산과 함께 해당 역사를 경험했다. 1987년 감독대행으로 시작, 1988년까지 지휘봉을 맡은 유백만 전 감독 이후 사령탑에 오른 배성서 전 감독이 1989년 중도사퇴한 것이 그 역사다. 이후에도 LG는 잦은 감독 교체 잔혹사를 겪었다.
해체된 역대 팀까지 살펴보면 청보 핀토스가 있다. 김진영 감독이 1985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이후 허구연 전 감독이 당시 35세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의 기록으로 1986시즌 지휘봉을
이처럼 두산의 2년 연속 감독 교체는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매우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절치부심.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두산이 ‘감독 잔혹사’를 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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