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강정호 포스팅 '위장입찰설' 실체는 있나?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강정호(27)의 포스팅 구단으로 밝혀진 뒤 여러 의혹들이 돌고 있다. 내야 전력 누수가 없는 피츠버그이기에 일각에서는 위장입찰 의혹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위장입찰은 실체는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500만 2015달러)에 대한 넥센 히어로즈의 수용 의사를 전하면서 피츠버그를 협상권 획득 구단으로 발표했다. 분명 의외의 선택이다.
일단 피츠버그는 유격수 조디 머서, 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 백업 션 로드리게스의 내야진이 완성돼 있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 구성된 내야진의 경우 애초에 전력 누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의외로 여겨졌다.

↑ 피츠버그의 강정호 위장입찰설의 실체는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이 때문에 피츠버그가 강정호의 영입에 관심이 있었던 같은 지구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를 견제하기 위해 위장입찰을 했다는 비관적인 낭설도 이어졌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포스팅시스템은 비공개 입찰로 진행된다. 이론적으로 위장입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상식적인 몸값보다 높은 수준의 입찰이 필요하다. 앞서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가 2010년 말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오클랜드가 써낸 1910만달러가 위장입찰로 여겨졌던 것이 그 이유. 견제 구단의 베팅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만약 위장입찰이라면 실제 평가 시장가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불러야 정상이다. 당시 2위는 770만달러의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그러나 이 포스팅 사례에 대한 평가도 이후 달라졌다. 오클랜드는 배리 지토의 계약(1억 2600만달러) 수준을 원했던 이와쿠마에게 4년 1525만달러의 선제안을 한 이후 추가 협상을 하지 않았다. 이와쿠마는 도전을 위해 협상의 여지를 취했으나 오클랜드는 곧바로 테이블을 접어버렸다.
이 때문에 외부 선수 영입에 당시만 하더라도 더 큰 돈을 쓰지 않았던 오클랜드가 지구내 라이벌들을 견제하기 위해 위장입찰을 했다는 성토가 뒤따랐다. 그러나 당시에도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은 결코 위장입찰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당시만 해도 오클랜드의 주장에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난 이후 이 상황은 위장이 아닌 실제 영입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 제시한 4년 1525만달러는 이와쿠마의 요구안에는 크게 못미쳤으나 오클랜드로서는 최선을 다한 제안이었다는 평가. 이후에도 포스팅 금액과 연봉 계약 총액은 비례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오클랜드의 진심이 재평가 된 것이다.
당시에는 이와쿠마가 오클랜드의 제도를 이용한 약삭빠른 행동에 피해를 본 피해자처럼 노출됐으나 이것 역시 진실과 거리가 있었다. 당시 오클랜드의 예상 견제팀이자 이와쿠마를 원할 것으로 보였던 시애틀은 2위 미네소타의 770만달러보다도 더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평가가 딱 그정도였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 1년을 더 뛰고 FA 자격을 얻은 이와쿠마는 미국시장의 문을 다시 두들겼으나 차디찬 냉대를 받은 이후 시애틀의 1년 150만달러의 헐값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1년 불거진 사생활 문제와 부상 등으로 오히려 커리어가 퇴보하면서 평가가 더욱 가혹해 졌다. 결국 당시 이와쿠마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이 2010년 포스팅을 시도한 오클랜드였다. 1년 만에 그렇게 이와쿠마의 ‘위장입찰설’은 완전히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이 사례가 강정호의 포스팅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베일에 쌓인 최고배팅액이라는 기본 전제를 깔면 강정호의 500만 2015달러는 그의 가치로 여겨졌던 수준의 상식적인 포스팅 금액이다. 만약 피츠버그가 위장입찰을 하려고 했다면 확실한 승리를 위해 이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야 했다. 다른 구단들의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팅 결과 발표 이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의 단장이 지역 언론을 통해 영입 실패의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으나, 이 움직임을 가지고 피츠버그의 위장입찰을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피츠버그는 강정호 포스팅 승리에 대해 고무된 분위기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팀에 합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 그리고 그의 에이전트와 함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강정호가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포스팅 역사가 시작된 지난 16년간을 통틀어 피츠버그가 처음으로 단독협상권을 따낸 선수가 바로 강정호다. 그런 사례에 ‘위장입찰’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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