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먹튀’의 대명사가 된 페르난도 토레스(AC 밀란)가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복귀가 유력해졌다. 알레시오 체르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트레이드(임대)로 유니폼을 갈아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골칫덩어리’ 토레스 이적이 현실화되면서 AC 밀란의 아드리아노 갈리아니 부회장의 사업 수완 능력이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 AC 밀란 팬에겐 갈리아니 부회장이 산타클로스가 따로 없다. ‘토레스 처분’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으니까.
AC 밀란은 지난 여름 첼시에서 입지가 좁아진 토레스를 영입했다. 2년간 임대 이적 조건이다.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겨도 토레스는 살아나지 않았다.
세리에A 10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쳤다. 지난 9월 23일 엠폴리전 이후 기나긴 침묵이다. 필리포 인자기 감독은 믿고 기다렸으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24일 인터 밀란과의 밀라노 더비 이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토레스보다 못하는 공격수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형편없었다. 첼시와 계약은 1년 6개월이 남아있다. 가뜩이나 살림규모를 줄이는 AC 밀란에서 고액 연봉자인 토레스는 돈만 갉아먹는 신세였다.
↑ AC 밀란은 페르난도 토레스(사진)를 팔 방도를 찾았다. 게다가 알레시오 체르치 영입까지 가능해졌다. 사진=AFPBBNews=News1 |
갈리아니 부회장은 토레스의 친정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다. 서로 골칫덩어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매우 긍정적으로 협상이 진척됐다.
지난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체르치는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 프리메라리가 6경기 출전이 전부. 득점도 없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서도 ‘밥값’을 못하는 체르치를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동병상련 속에 두 클럽은 손을 마주 잡았다.
소유권 및 연봉 등의 문제가 있으나 순조롭게 다 해결했다. 임대 이적 방식으로 진행되며 연봉은 각 클럽이 보전하기로 했다. 클럽간의 합의는 끝났다. 선수와 개인 협상만 남았으나 큰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 돼 두 선수는 이달 말 새로운 클럽의 훈련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여겨진다.
토레스가 친정팀으로 돌아가 부활할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AC 말린에게 남는 장사다. 토레스는 AC 밀란에 오기 전 이미 내리막길을 걸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선수지만, AC 밀란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선수다. 6개월 만에 산 시로에서 부활의 기미를 찾기 어렵다는 걸 판단했다.
반면, 체르치는 지난 시즌 토리노에서 13골 10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득점왕(22골) 치로 임모빌레(도르트문트)와 함께 토리노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안겼다. 이를 바탕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에도 참가했다.
AC 밀란은 지난 여름 체르치 영입을 꾀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체르치의 이적료로 1600만유로를 지급했다.
놓쳤던 체르치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임대 트레이드 방식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체르치의 급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지급한다. 토레스의 연봉이 더 비싸지만 어차피 써야 할 돈이었다. 같은 돈을 쓰고도 제대로 된 선수를 영입한 셈이다. 또한, 체르치에 관심을
갈리아니 부회장은 그 동안 놀라운 협상 능력을 발휘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파리 생제르맹)의 임대 영입 후 완전 이적, 카카(상파울루)의 이적 및 임대 영입 등 큰 건을 터뜨렸다. 이번 토레스-체르치 트레이드까지 성사시킨다면,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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