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베테랑 포수 A.J. 피어진스키의 애틀란타 이적 과정에서 벌어진 ‘햄가게피셜’ 사건은 SNS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피어진스키의 ‘햄가게피셜’이 연일 화제다. 그의 영입 자체보다 이것이 밝혀진 과정이 더 흥미롭다.
사연은 이렇다. ‘애즈 시티즈 번(As Cities Burn)’이라는 락 밴드의 드러머 애런 런스퍼드가 지난 25일(한국시간) 피어진스키가 애틀란타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얘기를 SNS에 올렸다.
↑ A.J. 피어진스키의 애틀란타 이적은 엉뚱하게도 햄가게에서 나온 대화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 사실을 확인해-역시 SNS로-피어진스키의 이적 소식을 전한 ‘MLB.com’의 마크 보우먼 기자는 “런스퍼드에게 이번 피어진스키 영입 소식의 공을 돌리고 싶다”며 그의 공로를 인정했다.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 런스퍼드는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가 곤경에 처할까 걱정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말 어마어마한 날이었다. 나는 트위터를 사랑한다”며 SNS의 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산타 모자를 쓰고 곤잘레스 감독에게 접근한 덕분에 의심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정말 재밌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 SNS는 미국 스포츠계에 상상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LA다저스 전담 캐스터인 빈 스컬리가 쇼핑 도중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SNS에 올라오고 나서 9분 만에 반지를 되찾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독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감독이 전하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기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 등 전국구 야구 기자들은 중요한 선수의 이적 소식을 가장 먼저 SNS에 알린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그만큼 프로스포츠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처럼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미 SNS는 새로운 정보 전달 방식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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