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많은 의미가 담긴 승리였다. 을미년, 새해 첫 경기에서 거둔 승리였다. 그리고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한 최종 모의고사 승리였다.
결과를 잡았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슈틸리케호로선 우선적으로 모래폭풍을 뚫어야 했다. 오만, 쿠웨이트를 겨냥한 맞춤형 평가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함께 한국에 강한 대표적인 중동 팀이다. 한국으로선 악연의 팀이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8강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만만치 않은 팀을 사냥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모처럼 2골차 승리였다. 한국은 2012년 9월 이후 AFC 가맹국을 상대로 3승 4무 5패로 뒤졌다. 3번의 승리도 모두 1골차였다. 12번의 A매치 가운데 다득점은 2번이었다. 무득점만 6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취임 후 가진 두 번의 아시아와 A매치에서도 1득점에 그쳤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결과와 함께 내용도 잡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내용도 나름대로 잡았다. 전반 45분과 후반 45분이 극명하게 대조적인 경기였다. 불만족스러운 전반이었지만 만족스런 후반이었다.
전반까지만 해도 밀린 양상이었다. 전반 16분 손흥민(레버쿠젠)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혔음에도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 중원 싸움에서 뒤졌고, 패스 연계도 원활하지 않았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볼 점유율에서도 47%-53%로 뒤졌다. 선수들의 몸놀림도 무거우면서 딱히 보여준 게 없었다. 실망감만 가득했던 전반이었다.
그러나 후반은 달랐다. 남태희, 이명주(알 아인), 한교원(전북), 이정협(상주) 등이 차례로 교체 투입되면서 흐름은 한국으로 넘어갔다. 뺏겼던 볼 점유율도 되찾더니 앞섰다. 이명주가 한국영(카타르SC)와 중원에서 호흡하고 박주호(마인츠)가 왼쪽 수비로 내려가니 한결 나아졌다.
자주 끊기며 답답했던 공격 흐름도 뻥 뚫렸다. 전방으로 볼이 연결됐고 공격 전개 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니 손흥민에게만 의존했던 공격도 한결 다양해졌다. 파괴력도 끌어올렸다. 골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후반 17분 조영철(카타르SC)와 남태희가 만든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신데렐라’ 이정협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첫 경기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보였으며, ‘타킷맨’으로서 임두도 충실히 했다. 종료 직전에는 남태희-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이정협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슈틸리케호 감독을 흡족케 했다.
100% 만족스런 경기는 분명 아니었다. 수비에서 볼 처리도 불안해 위기도 적지 않았다. 구자철(마인츠), 이근
하지만 부정적이진 않다.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준 후반 45분은 기대감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몇몇 부족한 부분은 남은 기간 보완할 수 있다. 기성용, 이청용(볼턴), 차두리(서울)가 베스트11에 돌아오면 달라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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