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또 한 편의 인간극장이 쓰일 판이다. ‘군데렐라’ 이정협(상주)이 A매치 데뷔 무대에서 데뷔 골을 넣었다. 그 의미는 상상 외로 크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인지도 및 입지를 키웠다. 이와 함께 슈틸리케호에서의 활용 폭도 커졌다.
박주영(알 샤밥)을 대신해 이정협을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의 결단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정협은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46분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0 승리에 이바지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A매치 데뷔 무대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지 20분도 안 돼 첫 슈팅을 골로 만들었다. 선발보다 교체로 더 많이 뛰었던 그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깜짝 부름을 받더니 주어진 첫 기회에서 골까지 터뜨렸으니 ‘순조로운’ 성공스토리다.
↑ 이정협(오른쪽)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46분 추가골을 터뜨려 한국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단순히 골 때문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원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엘 자이시)-조영철(카타르SC)-이정협을 차례로 최전방 공격수로 세웠다. 주어진 시간은 45분, 27분, 18분순으로 비교적 균등했다.
그러나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건 가장 짧은 시간을 뛴 이정협이었다. 유일한 ‘타깃맨’ 자원으로서 전방에서 수비수와 부딪치며 공격을 연계하는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경기를 지배했는데 이정협이 그라운드를 밟은 시점과 비슷하다.
‘제로톱’의 이근호와 조영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몸놀림도 가볍지 않았으며, 동료와 유기적인 위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공격수로서 골까지 넣었으니 확실한 눈도장이었다. 이근호와 조영철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득점포가 없다.
이 1골로 당장 주전 공격수 지형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이정협은 선발보다 ‘조커’에 가깝다. 슈틸리케 감독의 기본 구상도 다르지 않을 터. 하지만 이정협의 입지가 커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옵션 우선순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4년 전 아시안컵에서 최전방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붙박이였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조커로 주로 나선 반면, 원톱을 맡을 수 있던 유병수(로스토프)와 김신욱(울산)은 1경기에 그쳤다. 출전시간도 각각 24분(조별리그 호주전)과 12분(준결승 일본전)으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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