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한·미·일 세 나라가 오프시즌을 이용해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경기 소요 시간이 매년 늘어나면서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보인 한국의 2014시즌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7분.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말 스피드업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2015시즌 평균 경기시간 10분 단축을 목표로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을 종전 2분 45초에서 15초 단축했고, 타자가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게 됐을 경우에는 뛰어서 출루한 뒤 보호대를 주루코치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또 타자가 타석에 등장할 때 배경음악을 10초 이내로 제한했고 위반 시의 제재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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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역시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일 야구운영위원회를 통해 ‘마운드 방문’에 관한 규정을 수정, 발표했다. 1이닝에 마운드를 2번 방문할 경우 투수를 교체하도록 하고 있는 기존 규정은 유지된다. 대신 마운드 방문의 ‘범위’를 확대했다. 올 시즌부터는 이닝이 시작할 때 코치가 구원투수와 함께 마운드에 오르는 행위, 구원투수가 마운드에서 몸 푸는 모습을 코치가 가까이서 지켜보는 행위가 모두 마운드 방문에 포함된다. 일본은 지난 시즌 9이닝 경기를 대상으로 센트럴리그가 평균 3시간 16분, 퍼시픽리그가 3시간 17분의 경기시간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는 ‘경기촉진위원회(Pace of Game Committee)’를 만들어 스피드업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무주자 상황 투수의 ‘12초룰’도 가지고 있으며, 경기 중의 ‘분쟁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챌린지(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미미한 단축효과에 ‘7이닝제로 바꾸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나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스피드업에 대한 열망은 꾸준하다. 지난해에는 애리조나 가을리그서 스피드업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대표적으로 ‘20초 투구 제한’이 있는데, 이는 투수가 20초 이내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심판이 볼을 선언하는 규정이다. 일련의 테스트들을 통해 경기의 깔끔한 진행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당장 도입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와 선수 노조 내부에서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다음 주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구단주 회의에서 몇 가지 규정 변화가 추진될
스피드업을 위해 한국·미국·일본 야구계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여러 규정들이 신설되고 있다. 프로야구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들 3개국은 보다 많은 관중에게 흥미진진한 경기를 선사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일의 스피드업은 스피드와 재미를 모두 ‘업(UP)’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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