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23명 활용론’을 강조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그 공언을 실천했다. 큰 폭의 변화 속에 파격적인 베스트11을 가동하면서 폭넓게 선수를 가용했고 아시안컵 A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부상 탓이라 마냥 웃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 ‘악령’은 태극전사 곁을 아직 떠나지 않았다.
한국은 17일 호주전을 끝으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를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22명의 선수를 뛰게 했다. 경기를 뛰지 못한 1명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 정성룡(수원)이었다. 20명의 필드 플레이어는 모두 내세웠다.
↑ 17일 열린 한국과 호주의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박주호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국제대회에서 조별리그 경기마다 베스트11 얼굴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시안컵은 병역 혜택을 위해 한 경기라도 뛰어야 하는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선수 구성의 변화가 잦다.
쿠웨이트전과 호주전은 앞선 경기와 비교해 7명씩이 새 얼굴이었다. 베스트11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박주호(마인츠), 김진수(호펜하임) 만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을 뿐이다. 보통 기본 축을 중심으로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걸 고려하면 눈에 띈다.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는 한국영(카타르SC) 밖에 없다. 한국영은 쿠웨이트전과 호주전에서 교체 출전(총 53분)했다.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45분만 뛴 이명주는 출전 시간이 가장 적었다.
이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75분 이상을 뛰었다. 평가전이 아닌 아시안컵에서 출전 시간이 보장된 건 이례적이다.
호주전은 A조 1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미리 보는 결승’으로 우승후보끼리의 첫 맞대결이라 관심도 컸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호주도 한국 같이 힘을 과하게 빼진 않았다. 최전방에 얼굴이 바뀌었을 뿐, 미드필드와 수비는 주축 선수들이 출전했다. 케이힐(뉴욕 레드 불스), 크루세(레버쿠젠)까지 조커로 투입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선수 파악을 위한 무대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 베스트11을 7명씩 교체하며 고르게 기회를 주는 건 일반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주전과 비주전의 차가 좁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계획 아래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출전 시간을 보장한 건 아니다. 예기치 않은 부상 탓이 크다. 이청용(볼턴),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곽태휘(알 힐랄), 차두리(서울)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손흥민(레버쿠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주영(서울) 등 감기환자도 대거 발생했다.
↑ 17일 열린 한국과 호주의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김창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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