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말 그대로 감동의 명연설이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는 18일(한국시간) 프로야구 스카웃 재단(PBSF)이 주최한 ‘야구의 정신’ 시상식에서 노호 히데오와 함께 ‘야구 개척자상’을 받았다.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게 소개를 받아 단상에 오른 박찬호는 “마치 첫 데뷔 경기를 치를 때처럼 설렌다”며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 박찬호가 야구 개척자 상 수상을 위해 야구의 정신 시상식을 찾았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그는 “앞으로도 아시아 야구와 메이저리그를 잇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며 ‘개척자’로서 양측의 교류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행사가 열린 하얏트 리젠시 센추리 플라자를 찾은 참가자들은 박수와 웃음, 경청으로 그의 연설에 집중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야구의 정신’ 시상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를 소개한 셀릭 커미셔너는 “다저스는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가 1982년 한국을 방문했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국 프로팀을 초청했으며, 1990년에는 한국어 라디오 중계를 시작했다. 그런 이들에게 박찬호는 완벽한 영입이었다”며 박찬호를 소개했다.
셀릭은 이어서 “박찬호는 새로운 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첫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한 과정은 많은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의 활약은 야구에서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추신수, 류현진 등 다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며 ‘개척자’로서 박찬호를 높이 평가했다.
↑ 시상식 참가자들이 박찬호의 수상 소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다음은 박찬호의 수상 소감을 옮겨 적은 것이다.
마치 첫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른 것처럼 설렌다. 1991년, 나는 청소년대표로 LA를 찾았다. 당시 노마 가르시아파라, 마쓰이 히데키가 같은 대회에 나왔다. 우리 팀은 우승했고, 신나서 하루 종일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놀았다.
그 다음은 다저스타디움을 갔다. 경기장 맨 꼭대기에서 경기를 봐서 선수들이 누군지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기장 풍경과 팬들, 전광판은 기억난다. 정말 대단했다. 그때 키 큰 투수가 오렐 허샤이저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브렛 버틀러는 확실하게 기억난다. 홈런 타구를 펜스 위에서 걷어낸 것을 전광판에서 크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기 후 구단 용품점에서 뭔가를 사야했는데, 내 손에는 200달러가 있었다. 고등학교 팀 동료들에게 선물을 사려면 연필같이 작은 것들을 사야했는데, 그 순간 재킷이 눈에 들어왔다. 파랗게 빛나는 재킷이 너무 갖고 싶었다. ‘연필을 사야하나, 재킷을 사야하나’ 고민하다 재킷을 샀다. 너무 잘 맞았다. 순간 동료들에게 살 선물을 구하지 못해 고민했다. ‘이 재킷을 돌려가며 입어야 하나’ 했다가 서울에서 연필을 사 고향으로 내려갔다.
고향에서 난 그 재킷을 입고 다녔다. 사람들은 이 재킷이 어디에서 난 거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난 미국에서 사온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그 자리에서 그때 봤던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고 있었다.
↑ 박찬호는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를 비롯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선구자는 외롭고 힘든 일이다. 아무도 몰라주지만, 특별한 일이다. 나에게 특별하고 가치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피터 오말리는 1993년 나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내 최고의 친구이자, 조언자이며, 지지자이자 선생님이었다. 토미 라소다는 나의 미국인 아버지이며, 아내 조는 내 미국인 어머니다. 내 아내 박리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정말 특별하다. 내가 텍사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함께해줬고, 결혼한 이후 큰 수술을 받았을 때도 함께해줬다. 내 삶을 구해준 사람이다. 한국팬들의 사랑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어느 도시를 가든 나를 응원해줬다. 또한 함께한 수많은 팀동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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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모두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앞으로 아시아 야구와 메이저리그 교류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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