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리조나) 서민교 기자] “계약에 만족한다. 지금 아쉬운 건 전혀 없다.”
메이저리거로 거듭난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냉정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미국 애리조나에서 첫 훈련에 돌입했다. 계약 조건에 대한 아쉬움도 없었다.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 이래서 강정호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미국 애리주나주 서프라이즈에 있는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넥센은 강정호의 친정팀. 아직 피츠버그 구단으로부터 유니폼을 지급받지 못해 넥센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했다. 피츠버그 구단에서도 승인을 받은 상태.
강정호는 약 3시간 동안 굵은 땀을 쏟아내며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2월 중순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차려질 피츠버그 스프링캠프에 앞서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한 독기였다.
↑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한 강정호가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의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사진(미국 애리조나)=옥영화 기자 |
이날 훈련을 마치고 만난 강정호는 “지금 계약에 만족한다. 아쉬운 것은 전혀 없다. 지금 만족보다 앞으로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야수로서 선구자이기 때문에 한국 야구의 미래가 달렸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메이저리거 타이틀을 달고 첫 개인훈련을 마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강정호는 타격에 있어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우타자에게 불리한 피츠버그의 홈구장 PNC 파크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강정호는 “좌중간 외야가 멀긴 하지만, 경기에 나가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또 홈경기만 있는 게 아니라 원정경기도 많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다. 하지만 난 적극적으로 치는 타자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런 자신감을 피츠버그 구단도 높게 샀다. 강정호는 “구단에서도 내 자신감을 높이 샀다. 유격수로서의 장타력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선수들과 빨리 연습을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빠른 볼에 대한 적응력도 키우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강정호가 넘어야 할 벽은 높고 많다. 일단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를 넘어야 한다. 머서는 지난 시즌 14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2루수도 프랜차이즈 스타 닐 워커가 버티고 있다. 쉽지 않은 경쟁 상대들이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도 강정호에게 “포지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정호는 1루수를 제외한 유틸리티 내야수로 거듭나야 생존의 법칙에 부합할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다. 강정호는 피하지 않았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다면 따라야 한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수비에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해 이겨야 한다.”
또 하나의 벽은 현지 적응 여부다. 강정호는 해외 경험이 처음이다. 피츠버그는 한국인도 적은 도시다. 그러나 역시 두려움은 없었다. “가서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외로움이 약간 걱정은 된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고, 외로움을 잊기 위해 또 다른 것을 찾으면 된다”고 웃어 넘겼다.
↑ 애리조나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던 LA 다저스 류현진이 넥센 캠프를 방문해 넥센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피츠버그 강정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국 애리조나)=옥영화 기자 |
거침없던 강정호도 전 국민적 관심을 받는 메이저리거라는 사실은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강정호에게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돌아온 대답은 “넥센 팬들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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