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서민교 기자] “나 스스로도 기대된다.”
LG 트윈스의 좌완 유망주 임지섭(20)이 흥분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얼굴만 보면 앳된 스무 살 청년이지만, 건장한 체격과 당찬 자신감은 선배들 부럽지 않다. 더 흥분된 이유가 있다. 2년차 스프링캠프 현장에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괴물’ 자극제가 생겼다.
임지섭은 2015시즌 선발 기대주다. 올 시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 후 재활로 시즌 초반 전력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규민이 시범경기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는 상태라는 것.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선발 2~3자리는 뜨거운 경쟁지다. 임지섭을 포함해 선발 경험이 있는 임정우와 장진용 등이 후보로 꼽힌다.
↑ 양상문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LA다저스 스프링캠프 구장인 글렌데일 스프링 캠프에서 훈련을 가졌다. LG 투수 임지섭이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다. (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지난해 3월30일 잠실 개막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러 5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고졸 신인이 선발 데뷔전 승리를 기록한 것은 역대 네 번째였다. 특히 2006년 4월12일 한화 이글스 신인이던 류현진(LA 다저스)이 잠실 LG전서 승리를 거둔 뒤 8년만의 일이었다.
임지섭은 140㎞대 후반에서 150㎞대 초반까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 하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양상문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은 뒤 1군서 제외한 뒤 2군으로 내려가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류택현 2군 투수코치가 전담했다. 상‧하체 밸런스를 잡고 제구력 향상을 위해 투구폼 교정에 들어갔다. 팔의 위치를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릴리스포인트를 앞으로 끌어냈다. 최대한 구속이 떨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임지섭은 일본 고치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2군서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만족스러운 평가도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에도 당당히 합류해 선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글렌데일 다저스구장에서 만난 임지섭은 자신감이 넘쳤다. 임지섭은 “작년에도 왔었는데 올해는 뭔가 다르다”며 “작년보다 확실히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사이 바뀐 투구폼에 대해서도 “이제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정립이 됐다”고 빙긋이 웃었다.
반가운 손님도 만났다. 원조 ‘괴물신인’ 출신 류현진이 몸을 만들기 위해 LG 캠프에 합류한 것. 양상문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 모두 “류현진은 젊은 투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임지섭은 류현진과 함께 오전 훈련을 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임지섭은 “류현진 선배와 인사만 나눴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말을 붙이기 어려운 상대여서가 아닌 듯했다. 임지섭은 “배우고 싶은 것이나 뭘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무표정한 얼굴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해?’라는 표정. 당찼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임지섭의 꿈은 류현진과 같은 메이저리거. 임지섭은 “나도 류현진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에도 “최대한 빨리 잘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한국프로야구부터 접수해야 작은 가능성이 열린다. 그 시작이 올 시즌이다. 과연 LG의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아 류현진에 이은 ‘좌완괴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임지섭은 “올 시즌은 나 스스로도 기대된다”고 부푼 꿈을 키웠다. 거침없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류현진을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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