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또 한 번 갈등(?)을 일으킬 뻔했다. 하지만 갈등도 갈등 나름. 이종운(49) 롯데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든 기분 좋은 갈등이다. 롯데 선수들이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갔다.
이종운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은 녹초가 됐는데 어두운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가 환하다.
그런데 갈등 조짐이 있었다. 선수들이 논의 끝에 결정한 코칭스태프의 훈련 방식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결국 이 감독도 두 손을 들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이종운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이 감독의 야구철학도 엿볼 수 있다. 이 감독은 “타자들에게 의미 없는 배팅 1000개를 시키는 것보다 영양가 있는 300개를 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결국 훈련 효과는 선수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것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역설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코칭스태프 회의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캠프 첫 휴식일 이후 오후 훈련을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이 감독은 “고참들에게 알아서 훈련 스케줄을 짜서 자율적으로 훈련을 해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반기를 들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이 감독은 “고참들이 먼저 나서 ‘코치님들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할 테니까 마음껏 훈련을 시켜 달라’고 했다. 훈련 강도도 상관없으니 스케줄을 짜서 달라고 하니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롯데의 사령탑을 맡은 이 감독으로서는 선수들의 이런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이 감독은 “코치들도 선수들도 서로 존중을 해야 하는 ‘기본’에 대해 선수단에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2개월 동안
사실 이번 결정은 이 감독의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이 감독은 “1차 캠프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초반에는 무리한 훈련을 하면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먼저 나서 코치진의 등을 떠밀었다.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코칭스태프가 스케줄을 짜야 할 것 같다.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더라. 자발적이든 아니든 그런 마음으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고맙기만 하다”고 웃었다.
롯데의 변화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벽이 허물어진 소통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포수 강민호가 “올해 스프링캠프는 분위기는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라고 말하는 이유다.
↑ 롯데 강민호가 나이스 캐치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