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서민교 기자] “마구 하나 배워 왔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한 봉중근(35‧LG 트윈스)이 깜짝 발언을 했다. 연봉동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신기술을 공개했다. 역시 봉중근이었다. 과연 봉중근이 말한 ‘마구’의 실체는 뭘까.
봉중근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LG 숙소에 짐을 풀었다. 봉중근은 LG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취재진의 격한 환영 속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민망해 했다.
하지만 봉중근의 눈이 자신감으로 번뜩인 순간도 있었다. 봉중근은 “일본에서 마구를 배워 왔다. 올 시즌 많이 던지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취재진도 깜짝 놀란 한 마디였다.
↑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한 LG 봉중근이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봉중근이 말한 마구의 실체는 일본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투수 야마모토 마사(50‧주니치 드래건스)로부터 시작됐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훈련법을 완전히 바꿨다. 지난 8년간 사이판으로 개인훈련을 떠났던 습관을 버렸다. 대신 일본 돗토리에서 30일 정도 몸을 만들었다. 강한 힘을 키우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닌 골반과 어깨의 유연성을 높이는 훈련에 집중했다.
김용일 LG 트레이닝 코치의 조언도 더해졌다. 봉중근은 “나이가 있기 때문에 힘을 키우는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해서 바꿨다. 김용일 코치님도 ‘넌 웨이트가 금방 붙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운동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하셔서 유연성을 길르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달라진 비시즌 훈련법에 “기대 반 두려움 반”이던 봉중근은 일본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주니치의 전설’ 야마모토. 봉중근이 훈련하는 같은 장소에서 주니치 필승조가 함께 훈련하는 행운을 얻은 것.
야마모토가 누구인가. 야마모토는 1984년 데뷔 후 주니치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로 통하는 스타다. 특히 올해 현역 계약을 하면서 주니치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고 있는 대단한 투수였다.
봉중근은 야마모토와 야구로 통했다. 봉중근은 “야마모토가 먼저 다가와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캐치볼을 하면서 서로 구질도 배웠다. 나도 좋은 구질을 하나 배워 왔다”고 밝혔다.
봉중근이 말한 ‘좋은 구질 하나’가 바로 마구다. 실체는 ‘포크볼’이었다.
봉중근은 들뜬 표정으로 그립 자세를 취해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야마모토가 다양하게 그립을 잡는 법에 대해 가르쳐줬다. 손가락을 벌리고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구질이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나와 아주 잘 맞았다. 포크볼에 가깝게 잘 떨어지더라. 올 시즌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봉중근이 공짜로 배워 온 것은 아니다. 봉중근도 자신의 노하우를 교류했다. 봉중근이 야마모토를 보고 느끼듯 일본 투수들 사이에서도 봉중근이 대단한 투수였다. 봉중근은 “캐치볼을 하는데 야마모토를 비롯해 이와세 등 일본 투수들이 모여 들어 지켜보더라. 슬라이더를 던지니까 ‘와’,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와’라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봐서 캐치볼을 하는데도 어찌나 부담이 됐는지 모른다”고 멋쩍게 웃었다.
봉중근이 새로운 환경 도전하며 배워 온 것은 단지 신기술뿐이 아니다. 야마모토를 비롯한 일본 투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봉중근은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며 탄식했다. 봉중근은 휴대폰 메인 사진을 야마모토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으로 바꾸고 자신을 더 채찍질하기로 마음먹었다.
봉중근에게 2015년은 예비 FA시즌이다. 이번 연봉동결로 또 다른 동기부여도 얻었다. 마구까지 장착한 봉중근은 “나도 기대가 되는 시즌이다”라며 시차적응에 들어갔다.
↑ 봉중근이 연봉계약에 대한 아쉬움 대신 신기술인 마구를 익히고 돌아왔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