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4년 전, 그리고 8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숙원인 아시안컵 우승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갔지만 차분하다. 들뜨지 않았으며 긴장감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아시안컵 우승까지 이제 두 판만 남았다. 16개국 가운데 4개국만 살아남았다. 우승 확률 25%.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이라크와 준결승서 승리하면, 그 확률은 50%로 올라간다.
아시안컵 우승은 한국축구의 숙원이다. 1960년 대회를 끝으로 정상을 밟지 못했다. 55년으로 반세기가 지났다. 결승 무대에 오른 것도 27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이 적기다.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과 천적 이란이 탈락했다.
한국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전술 및 기술적으로 부족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조직력도 잘 다듬어졌고 불안했던 수비도 단단해지고 있다. ‘원팀’으로 끈끈함까지 생겼다. 무실점 연승을 하면서 자신감도 넘쳤다. 거칠 게 없을 터다.
그런데 티를 내지 않는다. 자신감은 갖되 자만하지 않으려 한다. 방심은 모른다. 긴장하고 있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토너먼트다. 그 작은 실수로 지금껏 아시아의 맹주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 이라크를 잡으면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를 밟는다. 자신감은 넘친다. 그러나 경계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들뜨지 않고 결전 준비를 마친 슈틸리케호다. 사진(호주 멜버른)=AFPBBNews=News1 |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이천수(인천)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라크전을 마친 뒤 웃고 싶다”라며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당시 분위기도 한국의 승리를 낙관했다. 사상 첫 결승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며 들떴다. 그러나 결과는 쓰디쓴 패배였고 헛된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 하루 전날 가진 공식 기자회견은 태극전사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박주호(마인츠)는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결승에 간다’ 등의 말을 자제했다. “이길 자신은 있다”라는 짧은 말이 전부였다. 둘 다 이라크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슈틸리케호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보다 하루 더 휴식을 취한 게 이점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이 유리하다는 전망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방심해선 안 된다. 과거이긴 해도 이라크는 2007년 대회 우승국이다. 또한, 스포츠경기에서 이변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주호 또한 “분명한 건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 팀보다 실제로 올라온 팀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우승에 대한 꿈은 잠시 잊고)내일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우리가 편안히 결승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자신 없지는 않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도 크다. 그러나 설레발을 치지 않는다. 절대 유리한 건 아니다. 한국이 결승에 오를 확률은 51%도 아닌 이라크와 같은 50%다. 또한, 진짜 적은 이라크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들뜨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결전 준비를 마친 슈틸리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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