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 '승률 0%' 잔혹사를 깰 수 있을까.
아시안컵이 1956년 초대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16차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은 우승 2회·준우승 3회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를 두 차례 들어올렸지만 결승전 승률은 0%, 단 한 번도 결승전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다.
이같은 '모순'이 성립되는 것은 대회 진행 방식 때문이다.
1956·1960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2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때에는 대회 규정에 '결승전'이 없었다. 당시 대회에는 참가국들이 조별 예선 리그를 치른 뒤 4개국만이 결선 리그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었다.
1회 대회에서는 한국, 이스라엘, 홍콩,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 4개국이 결선 리그에 진출했다. 2회 대회에는 한국, 이스라엘, 중화민국(현 대만), 베트남공화국 4개국이 결선 리그에 살아남았고 한국은 두 대회 연속 결선 리그 1위를 차지하며 결승전 없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아시안컵에 결승 토너먼트가 적용된 것은 1972년 태국아시안컵부터다. 한국의 '결승전 잔혹사'도 이 대회부터 시작됐다.
'아시아 맹주'답게 한국은 결승 토너먼트가 처음으로 적용된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 대회에서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르며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결승전 상대는 '중동 최강' 이란. 한국은 결승전에서 1대2로 패하며 대회 세 번째 우승에 실패했고, 이란은 아시안컵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횟수에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국이 두 번째로 결승전 무대를 밟은 것은 1980년 쿠웨이트 아시안컵이다.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대구 FC 단장), 박성화 2008 베이징올림픽대표팀 감독,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포함된 대표팀은 결승전까지 4승 1무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결승전 상대는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3대0으로 완파한 홈팀 쿠웨이트.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지만 한국은 결승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세 번째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대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된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 '야생마' 김주성, '캐넌 슈터' 황보관,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그러나 승부차기가 발목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연장전까지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 스코어 3대4로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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