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서민교 기자] “스읍 후~ 딱!”
LG 트윈스의 타자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을 잡아 치는 호흡부터다. LG의 젊은 타자들의 타격 스타일이 확 달라진다. 그렇다고 타격 폼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그 위에 ‘적토마’ 이병규(41‧9번)의 타격 스타일을 덧입는다. 바로 타이밍 싸움이다.
LG는 지난해 팀 타율 2할7푼9리로 최하위. 베테랑 타선은 훌륭했다. 하지만 젊은 타선의 잠재력이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상‧하위 타선의 불균형은 LG의 오랜 숙제다.
↑ LG 트윈스 이병규(9)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프링캠프장에서 오지환의 타격을 지켜본 뒤 하이파이브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노 코치는 캠프에 앞서 비시즌 기간 젊은 타자들에게 과제를 줬다. 자신의 타격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스스로 분석하고 깨우치게 한 것. 비교 모델은 이병규(9번)였다. 노 코치는 “타자는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공을 잡아서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천재성을 갖고 있는 타자가 바로 이병규다”라며 “공을 그냥 때리는 것과 기다렸다가 잡아서 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잡아 치면 빗맞아도 안타가 될 수 있고, 선구안도 생긴다”고 했다.
노 코치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타자는 내야수 오지환과 외야수 정의윤. 둘은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의윤은 어색해진 자신의 타격에 대해 “지금은 야구선수도 아닌 것 같다”며 호흡을 가다듬어 쉬지 않고 스윙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노 코치의 타격 지론은 확실했다. “밤낮으로 배팅 훈련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단순 노동에 불과하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을 깨우쳐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지켜보는 것뿐이다. 선수들 스스로 고민하고 연습하도록 놔두는 일 자체가 엄청난 훈련이 되는 것이다.”
노 코치는 타자들의 타격 폼을 바꾸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각자의 타격 스타일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선수 시절부터 쌓은 경험적 야구철학이다. 노 코치는 “왜 타격코치들이 타자를 똑같은 각도 똑같은 폼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병규가 있고 이승엽이 있고 이대호가 있는 것이다. 다 각자의 타격 스타일이 있다. 그런 지도는 차라리 교과서를 보는 것이 낫다”고 역설했다.
LG 타자들의 타격 훈련 모습은 조금 이채롭다. 코치가 바짝 붙어 타격 지도를 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선수들끼리 소통의 연속이다. “지금은 어때? 배트가 내려갔어?”라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야간 훈련도 마찬가지다. 자율 그 자체다. 젊은 타자들이 뭉쳐 서로를 교정해준다. 또 베테랑 타자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돌아와 그대로 스윙 연습을 한다. 자신을 깨우치는 사실상 자문자답의 자율 훈련이다. 코치들도 상주한다.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 노 코치는 “호텔 앞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무슨 사고가 날까 서 있는 것뿐이다. 내가 하는 건 없다”고 말한다.
올 시즌에 대한 노 코치의 호기심은 대단하다. 달라지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때문. 노 코치는 “타자는 공만 잘 때려서 안타를 만들어내면 된다. 결국은 타이밍 싸움이다. 공을 기다렸다가 잡아 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오지환과 정의윤을 비롯해 LG의 젊은 타자들은 그 고민을 하고 있다. 나도 기대가 된다. 이번 시즌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나, LG 베테랑 타자들인 이병규(9번)를 비롯해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은 캠프 기간 내내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신구 조화를 위한 소통의 움직임이다.
↑ LG 트윈스 외야수 정의윤은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정의윤은 타이밍을 잡기 위해 티 배팅과 끊임없이 씨름하고 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