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55년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위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스타디움에서 호주를 상대로 2015 아시안컵 결승전을 치른다. 1960년 우승 이후 55년 동안 정상을 밟지 못했던 한국은 홈팀 호주를 상대로 '무패·무실점 우승'에 도전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해도 한국 축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졸전' 이후 체면을 구긴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아시안컵 우승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 '창' 호주에 공격축구로 맞불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5경기 연속 무실점(480분)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조별 리그에서만 8골을 터뜨린 호주 역시 한국 수비진을 상대로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결승전은 다르다. 조별 리그 무실점은 최소 무승부를 보장하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무실점 이상으로 시원한 골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골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승부인만큼 한국 공격진은 이번 대회 '최고의 창' 호주를 상대로 화끈한 무력 시위에 나서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경기에 임한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린 호주는 7골(5경기)을 기록 중인 한국 공격진을 압도하고 있다.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 이정협(24·상주 상무), 남태희(24·레크위야SC), 이근호(30·엘자이시SC) 등으로 구성될 공격수들이 호주 공격수보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당당하게 '아시안 최강'을 자부할 수 있다.
◇ 믿는다 '슈틸리케 아이들'
'무명 스트라이커' 이정협과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위기 때마다 한국을 구한 주인공은 이정협과 김진현이었다.
이정협은 조별리그 호주전, 4강 이라크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 공격을 책임졌다. 절묘한 위치 선정과 상대 수비를 유인해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로 '대형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예감케했다.
김진현은 매 경기 선방쇼를 이어가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일대일 위기에서 더욱 빛난 김진현의 동물적인 반응 속도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무실점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주목받지 못했던 이정협과 김진현 모두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이 결승전에서도 활약을 이어가며 우승 주역이 될 때 아시안컵 이후 '슈틸리케호'의 항해에 탄력이 붙는다.
◇ 아시안컵 '100호골' 주인공은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맞붙은 아시안컵 8강전은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에게 '선제골의 중요성'을 잘 보여줬다. '디펜딩챔피언' 일본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전반전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한 일본은 경기 내내 우왕좌왕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이라크와의 4강전까지 아시안컵에서 99골을 터뜨린 한국이 '100호골 주인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만큼 팬들은 한국의 아시안컵 통산 100호골이 선제골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100호골'을 의식한 듯 공격수들 역시 "골보다 팀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평소와는 달리 골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진행된 훈련에서도 실전
항상 "우승하기 위해 호주를 찾았다”고 강조했던 손흥민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다”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아직 골맛을 보지 못한 이근호 역시 "솔직히 골을 넣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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