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프로야구 우승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등 4개 구단의 14일간의 여정은 각 구단 사령탑 및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의 열정과 구슬땀으로 뜨거웠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부터 30일까지 애리조나 캠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순간 포착들. 그 카메라 렌즈 속을 살짝 엿보자.
↑ 뜨거운 태양 아래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하는 LG, 두산, 롯데, 넥센. |
↑ 사뿐사뿐 등장한 류현진은 LG 선수단과 러닝하며 인사를 나누고 깜찍한 표정으로 코리안 몬스터급 애교를 발산했다. |
LG 캠프 첫날. 줄무늬 유니폼 뒤로 나타난 푸른 유니폼. 삼성과의 합동훈련? LG가 아닌 LA 로고가 박힌 푸른 유니폼을 입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깜짝 등장. 지난해보다 보름 일찍 조기훈련에 나선 류현진이 양상문 LG 감독의 배려로 LG와 합동훈련에 나선 것.
같이 뛰고 같이 캐치볼 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류현진은 지난해 어깨 부상의 악몽을 씻어내기 위해 완벽히 몸을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어깨가 가장 좋다”는 희망찬가도 울렸다. 외롭지 않은 류현진은 LG 캠프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과 함께 LG 투수들을 상대로 특별강좌까지 열며 ‘류교수’로 등극.
↑ 강정호 기다리는 류현진, 내가 얼마나 바쁜 몸인데 이렇게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
바쁘다 바빠. 류현진이 이번엔 넥센 캠프에 떴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부랴부랴 글렌데일에서 서프라이즈로 이동. 동갑내기 ‘절친’ 강정호를 만나기 위한 짝사랑의 기다림. 그 사이 류현진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남다른 친분도 과시했다.
무려 3시간을 카트에서 앉아 기다린 류현진은 오후 훈련을 모두 소화한 강정호와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친 최초의 메이저리거와 야수 최초의 빅리거의 만남. 그날 저녁 둘만의 만찬을 즐겼다고. 단 야구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이 함정.
↑ LG 캠프 방문한 심정수, 그는 행복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
LG 캠프는 만남의 장소?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류현진마저 깜짝 놀라게 만든 왕년의 홈런왕 ‘헤라클레스’ 심정수의 깜짝 방문. 혼자가 아니었다. 아내와 세 아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심정수는 은퇴 후 종적을 감춘 뒤 따뜻한 아버지로 변해 있었다.
LG 캠프장 바로 옆 야구장에서 열린 클럽 야구대회에 참가한 두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았다가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LG를 찾은 것. 여기서 잠깐! 심정수가 ‘심정숙’으로 둔갑한 사연 소개. 한국말이 서툰 류현진의 에이전시 관계자가 양상문 감독에게 자신이 왔다고 전해달라는 심정수를 몰라 양 감독에게 ‘야구선수 출신 심정숙’으로 소개했다는 사실. 누군가 하는 순간 나타난 심정수를 보고 반가움은 두 배.
↑ 롯데 자이언츠와 롯데 팬들이 좋아 스카우트 코치로 돌아온 사도스키, 제법 코치 카리스마가 넘친다. |
롯데 캠프에는 반가운 손님이 또 있었다. 방문 개념이 아닌 롯데 소속의 코치. 올 시즌부터 롯데의 해외 스카우트 코치를 맡은 전 롯데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캠프 합류 전부터 외국인선수를 상대로 한국 문화와 적응에 대한 강의를 할 정도로 열정도 대단. 사도스키의 철저한 교육 탓일까. 롯데의 새 외국인선수들은 시키지 않아도 한국어 인사는 기본, 심지어 일주일 만에 한글을 마스터한 ‘제2의 사도스키’도 나타났다.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를 오가며 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한 사도스키의 첫 작품들은 과연 어떨까. 일단 인성은 최고. 뚜껑을 열기도 전에 궁금증 증폭. 사도스키 코치는 “젊어진 롯데에 발맞춘 잠재력이 풍부한 외국인선수들”이라고. 아, 사도스키 코치에게는 외국인이 아니다.
↑ 소사의 정글의 법칙 아닌 오렌지 법칙, 혼자 먹는 오랜지 보다 나눠먹는 오렌지가 제맛, LG 캠프는 오렌지에 매료되다. 지각합류한 봉중근, 양상문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훈훈한 쌍둥이군단의 스프링캠프. |
다시 LG 캠프. 4개 구단 캠프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연산 오렌지를 맛 볼 수 있는 장소. 그라운드 사이로 펼쳐진 오렌지 나무에는 애리조나의 뜨거운 태양 아래 맛깔나게 익은 오렌지가 주렁주렁. 선수들은 훈련장을 오가며 오렌지를 따먹으며 비타민 충전.
가장 맛있는 오렌지는 누가 가장 잘 고를까. 도미니카공화국 오렌지 농장의 아들로 알려진 새 외국인선수 헨리 소사가 그 주인공. 소사의 오렌지 지론에 따르면 “예쁘게 생긴 오렌지가 맛도 좋다”고. 루카스 하렐도 소사에게 오렌지 감별법을 전수받아 냠냠. 소사는 하루에 10개 이상의 오렌지를 먹으며 에너지 보충. 강속구의 비결은 ‘오렌지 파워’였을까.
이튿날 오후. 난항을 겪던 연봉 협상을 마무리한 봉중근의 지각 합류. 양 감독은 버선발로 공항까지 마중 나가 봉중근을 격하게 껴안았다. 봉중근은 감격의 눈물이 핑 돌기도. 숙소에 도착한 봉중근은 기다리던 취재진과 선수들을 보고 또 한 번 깜놀. 양 감독에게 폴더 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재차 전했다.
↑ 롯데 안방마님 강민호, 당당하게 사실 인정하고 열애도 우승도 다 잡기위에 으샤 으샤. |
LG 캠프에 소사의 오렌지가 있다면 롯데 캠프에는 강민호의 사과가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된 오승환의 사과 가로 쪼개기. 강민호에게도 껌이었다. 강민호는 “이게 뭐 어려워?”라며 사과 가로 쪼개기를 연거푸 선사해 선수들의 부러움을 샀다.
사과 가로 쪼개기는 사실 부러움의 대상에도 못 끼었다. 다음날 언론 보도된 강민호와 신소연 SBS 기상캐스터의 열애설. 강민호는 쿨하게 열애를 인정하고 공개 연애를 선언했다. 과거 부산 사직구장서 시구를 했던 신소연 기상캐스터에 한 눈에 반한 강민호가 먼저 대시했다고. 부러워서 졌다.
↑ 강정호와 박병호, ML진출의 연결고리, 적으로도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캠프에서는 여전한 영웅 동료. |
↑ 영웅군단, 우리는 달콤한 휴식일 NBA의 관중이 되어 응원으로 스트레스 해소한다. |
넥센에 해외 스카우트가 몰린다? 넥센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는 강정호만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희망을 밝힌 3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더해졌다. 넥센 캠프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및 현지 기자들까지 수차례 찾아 둘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떠났다. 넥센의 쌍두마차였던 것처럼 강정호가 잘해야 박병호도 뜬다.
강정호의 2루 수비 훈련을 직접 지도했던 염경엽 감독의 배려는 끝이 없다. 휴식일을 맞은 선수들에게 NBA 관람을 하도록 마음껏 풀어 준 것. 피닉스 선즈와 워싱턴 위저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US 에어웨이즈 센터를 찾은 넥센 선수들은 치어리더에 반하고 경기도 보고 들썩들썩. 43달러짜리 단체 관람을 한 넥센 선수들을 뒤로 하고 ‘있는 자’가 나타났다. 두산 양의지는 200달러가 넘는 티켓을 들고 유유히 1층 관람석으로 향했다는 후문. 1층이나 2층이나 스트레스 풀기는 제격.
↑ 카리스마 넘치는 두산 이상훈 코치, 남는건 사진이다.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 용병도 예외없는 동료 사랑. |
7명의 좌완 투수 천국으로 거듭난 곰 군단. 비싼 몸 장원준의 설레는 첫 캠프 합류는 아직 어색. 유희관이 도우미로 나서 적응은 OK. 좌완 레전드 이상훈 투수코치의 캠프 합류는 투수들에게는 값진 보약. 이 코치는 ‘야생마’ 이미지를 벗고 형처럼 다가가 선수들에게 장난도 치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눈빛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여전.
김승영 두산 사장도 캠프장을 방문해 첫 주장을 맡은 오재원을 비롯한 선수단 격려. 격려금보다 선수들을 감격시킨 것은 사장님의 사모님. 한국이 그립지 않은 손맛으로 두산 선수들의 덩치는 캠프장에서 더
여기서 쉬운 퀴즈 하나. 두산 캠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은? 정답은 홍성흔. 괜히 ‘홍반장’이 아니다. 홍성흔은 훈련장에서는 배팅 볼을 던져주고 식당에서는 새 외국인선수 잭 루츠에게 된장 바른 고추를 먹여주며 두산의 살림꾼을 자처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리조나) = 옥영화 기자/ sana2movi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