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준우승’ 눈물 흘린 한국, 55년 한(恨) 못 풀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시아의 맹주 자리에 오르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한 맺힌 아시안컵 우승, 그 기회가 손에 닿은 듯 했지만 운명의 여신은 슈틸리케호를 외면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1-2로 졌다.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줄테 바레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 손흥민은 31일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에서 후반 46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국은 연장 전반 15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55년 만에 우승 꿈이 좌절됐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이로써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에 우승 꿈이 좌절됐다. 27년 만에 밟은 결승 무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통산 네 번째 준우승. 반면, 호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티켓도 획득했다.
한국은 깜짝 변화를 줬다.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면서 박주호(마인츠)를 왼쪽 미드필더로 올렸다. 뉴캐슬에서 준결승 호주-UAE전을 지켜보며 호주의 측면 공격을 봉쇄하면서 측면 수비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적절했다. 한국은 3선의 간격을 촘촘히 하면서 박주호와 손흥민(레버쿠젠) 등 측면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호주의 예봉을 꺾었다. 호주는 볼을 뒤에서 돌릴 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전반 24분 곽태휘(알 힐랄)와 팀 케이힐(뉴욕 레드 블수)가 서로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좀처럼 팽팽한 승부는 기울지 않았다. 중원에서 치열하고 거친 싸움이 펼쳐졌다.
전반 중반 이후 분위기를 탄 건 한국이었다. 좌우 측면 공격이 살아나면서 김진수(호펜하임)와 차두리(서울)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활로를 열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잇단 슈팅은 호주 수비진의 방해 탓에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실점을 했다. 한국의 공세에 밀리던 호주가 전반 45분 마시모 루옹고(스윈던 타운)가 날린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가 몸을 날렸지만 이번 대회 무실점 행진은 524분 만에 깨졌다.
한국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후반 들어 거센 반격을 펼쳤다. 호주는 거친 파울로 끊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박주호의 크로스는 동료에게 연결되지 않았고, 손흥민이 날린 회심의 슈팅은 수비수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이근호(엘 자이시)와 한국영(카타르SC)를 교체 투입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섰다. 기성용도 왼쪽 날개로 전진 배치했다. 후반 42분에는 제공권이 좋은 곽태휘를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 호주는 31일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한국을 2-1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그리고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46분 한국영이 끊은 볼을 기성용이 찔러주고, 손흥민이 왼발로 마무리를 지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굳게 잠긴 호주의 골문을 연 골이었다.
손흥민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한국과 호주는 연장 30분에서 최종 승자를 가려야 했다. 장현수가 종아리 근육 경련으로 제대로 뛰기 어려운 가운데 투혼을 발휘했지만 연장 전반 15분 결승골을 내줬다. 토미 유리치(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가 올린 크로스를 김진현이 가까스로 쳐냈지만, 불운하게 볼은 트로이시에게 흘러 결승골로 연결됐다. 한국을 울린 통한의 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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