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시안컵 준우승, 55년 만에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충분히 기분 좋은 성과다. 결승까지 무실점 전승이었고, 최종판에서도 호주와 120분 동안 명승부를 펼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밝혔듯, 한국축구의 부활을 알린 게 최대 성과다.
아시안컵은 끝났다. 오는 8월 동아시안컵이 열리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3년 뒤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향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그리고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매진할 때다.
아시안컵 준우승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게 3년 뒤 월드컵의 성공을 암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냉철하게 이번 대회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로 가는 길 결코 평탄하지 않다.
한 축구인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시아축구의 상향평준화로 매 경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한국도 조심해야 한다. 어느 경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했다.
↑ 2015 AFC 아시안컵의 32경기 중 1골차 이내 스코어가 난 경기가 18경기였다. 강팀의 낙승은 별로 없었다. 상향평준화가 두드러졌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
‘4강’을 형성했던 한국, 호주, 이란, 일본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나아가지 못했다. 위험천만하거나 생각대로 안 풀리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밀집 수비를 뚫는데 애를 먹었으며, 날카로운 송곳 반격에 간담이 서늘키도 했다.
한국만 해도 준결승 이라크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가 힘겨웠다. 오만, 쿠웨이트에게 덜미를 잡힐 뻔 했으며 8강에서는 연장 혈투를 치렀다. ‘낙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 경기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주축 선수의 부상에다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정상 전력이 아니기도 했지만 상대들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
상향평준화와 함께 이변 속출은 아시아축구만이 아니다. 절대강자가 없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체코, 이스라엘, 슬로바키아, 폴란드, 잉글랜드,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덴마크가 각 조 선두다. 전통의 강호가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우승국 독일은 물론 네덜란드, 스페인이 패배를 했다. 동네북으로 여겼던 페로 군도, 산마리노 등이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월드컵 예선은 토너먼트의 아시안컵 본선과 다르다.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운용의 묘가 필요하나, 1경기라도 삐끗하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약팀은 강팀을 상대로 비겨도 성공이지만 강팀은 비기면 최악이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아시아권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1골도 안 됐는데, 상대의 밀집수비에 꽤 고전했다는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잘 싸웠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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